삼성전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올해 '갤럭시 S23' 시리즈 탑재가 불발되며 스마트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입지가 약해진 엑시노스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AMD 손잡고 그래픽 성능 높인다

6일 삼성전자는 AMD와 차세대 고성능·저전력 그래픽 설계자산(IP)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AMD의 초저전력·고성능 '라데온'(Radeon) 그래픽 설계자산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차세대 그래픽 솔루션을 엑시노스 라인업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콘솔 게임 수준의 고성능·고화질 게이밍 경험을 스마트폰 외 다양한 기기에서도 제공하고, 차세대 그래픽 솔루션 연구개발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석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광선 추적(Ray Tracing)' 기능을 모바일 AP에 적용하는 등 AMD와 함께 모바일 그래픽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저전력 솔루션 설계 노하우와 경쟁력으로 차별화된 모바일 그래픽 솔루션을 지속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AMD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 수석 부사장인 데이비드 왕(David Wang)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엑시노스 솔루션의 혁신을 위해 여러 세대의 고성능 라데온 그래픽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며 "이번 협력 확대는 모바일 사용자에게 최고의 그래픽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양사의 노력을 입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핵심 성능으로 부상한 GPU

삼성전자는 AMD와 협업해 엑시노스의 그래픽 처리 성능을 개선해왔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 2019년 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 아키텍쳐(RDNA) 활용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2022년 모바일 AP에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엑스클립스'(Xclipse)를 RDNA2 기반으로 공동 개발한 바 있다.

그동안 엑시노스는 모바일 AP 분야의 경쟁 제품인 퀄컴 '스냅드래곤'에 비해 그래픽 성능이 낮은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에 삼성은 AMD와 협업해 개발한 엑스클립스를 '엑시노스 2200'에 적용, 지난해 '갤럭시 S22' 시리즈에 탑재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은 모바일에서도 콘솔급의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레이트레이싱' 기능을 적용하지 않을 때(왼쪽)와 적용했을 때 비교 /사진=갤럭시 언팩 영상 캡쳐
'레이트레이싱' 기능을 적용하지 않을 때(왼쪽)와 적용했을 때 비교 /사진=갤럭시 언팩 영상 캡쳐

향후 스마트폰에서 GPU 성능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용자들이 게임 등에서 더 향상된 그래픽 성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할 만한 성능 차이는 게임 같이 고도화된 그래픽 처리 성능을 요구하는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스마트폰 업계의 분석이다.


'갤럭시 S23' 퇴출 충격...부활 가능성은?

지난해 선보인 엑시노스 2200은 새로운 GPU 탑재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했다. 이 칩셋이 탑재된 갤럭시 S22 시리즈가 고사양 게임에서 발열 제어에 실패하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칩셋도 전체 설계에서 발열을 충분히 제어해주지 못한다면 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S23' 시리즈에 엑시노스를 배제하고 전량 퀄컴 스냅드래곤 칩셋을 탑재하는 강수를 뒀다. 갤럭시 S23 시리즈는 전작에서 지적받은 게임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본부터 다시 설계됐으며, 이에 엑시노스가 소비자들의 요구하는 사양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 점유율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 점유율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된 엑시노스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며 간신히 점유율을 방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기준 점유율 8%를 유지하며 애플, 미디어텍, 퀄컴, 유니SOC에 이어 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 사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범용칩인 엑시노스 대신 갤럭시 스마트폰 전용 칩을 개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스마트폰 개발을 총괄하는 MX사업부는 지난해 말 내부에 AP솔루션개발팀을 신설했다.


명예회복 노리는 엑시노스

이번 AMD와의 협업 확대로 인해 엑시노스가 부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이 올 연말 출시될 '갤럭시 S23 FE' 제품에 엑시노스 2200 탑재가 전망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내부적으로 개발 중인 '엑시노스 2400'이 다시 플래그십 제품 탑재를 노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엑시노스 2200의 CPU 코어 구조 /사진=삼성전자 제공
 엑시노스 2200의 CPU 코어 구조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 확장을 중요한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간판 브랜드인 엑시노스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 엑시노스 브랜드는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엑시노스 오토', 초광대역(UWB) 기반 근거리 무선통신칩 '엑시노스 커넥트' 등을 선보이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모바일 AP에 머무르지 않고 그동안 축적한 SoC 기술력을 다양한 첨단 분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엑시노스를 개발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이미지처리장치(ISP), 모뎀, 커넥티비티, 시큐리티 등 SoC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 기술들에 대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왔으며, 향후 이를 집적해 메타버스, 자율주행, 6G 등 미래산업에 대응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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