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인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부정적 기조를 이어온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감산을 선언한 가운데, 시장은 크게 환호하는 모습이다. 외인들 중심으로 매수세가 쏟아지며 장중 4% 주가 급등세를 연출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대비 4.2% 오른 주당 6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올들어 가장 높은 주가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다. 외인을 중심으로 무려 900만주에 육박하는 대규모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관 역시 100만주 가량을 사들이며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달 1일부터 외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7000억원 가량 사들인 상태다. 이날도 제이피모간, 모건스탠리, UBS 등 매수 창구를 통해 외국인들의 집중 매수가 이뤄지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설명자료를 통해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동시에 1분기 반도체 부문이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같이 내놨다. 메모리 부문 실적 악화가 전사 이익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그간 삼성전자는 IT 수요 감소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경쟁사들이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급락으로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진행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선단공정 전환이 목표대로 이뤄졌다는 판단 하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 조절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반도체 시장 사이클이 회복기에 접어들 시기를 대비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회사 측은 "그동안 난이도가 높은 선단공정 및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비트그로스(B/G)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며 "이를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에 대비해 필요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업황 반등이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의미있는 생산량 조절중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1등 기업의 감산은 메모리 가격 반등시기를 앞당길 전망"이라며 "기존 4분기 디램가격 반등시점이 3분기로 앞당겨 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실적 부진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의미 있는 수준까지 감산을 발표해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메모리 재고는 올 2분기부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3월부터 스마트폰 수요 개선,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PC 판매 증가를 염두에 둔 일부 세트 업체의 부품 오더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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