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KB 리브엠(LiiV M)'을 정식 승인했다. 금융권 기업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기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반발 중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금융권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해진다는 이유다. 쉽게 말해, 망 도매대가 이하로 가격을 책정, 출혈 경쟁을 유도하면 중소 사업자들이 버텨낼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 재판매에만 몰두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변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자체 설비와 같은 최소한의 투자도 없이 재판매만으로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특히 알뜰폰 도입 취지가 중소 사업자 보호가 아닌 국민 통신비 경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권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출해 소비자 후생을 향상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알뜰폰 시장 빗장 연 금융위원회

지난 12일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혁신금융서비스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KB리브엠 규제개선 요청을 수용하고,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점이 골자다.

KB리브엠은 지난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사업 특례로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다. 금산분리 원칙상 은행은 금융업과 관련된 사업만 부수 업무로 둘 수 있어 알뜰폰 사업이 불가능했지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한시적 사업 진출을 허가 받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1년 특례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다. 이같은 특례는 지난 16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종료 나흘을 앞두고 금융위가 규제개선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리브엠은 샌드박스 특례에서 벗어나 정식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규제 개선 필요성, 그간 운영 결과, 금융시장 질서 안정성 등 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고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했다"며 "KB국민은행에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할 경우 공고를 통해 법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번 금융위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규제 및 도매대가 이하 요금 판매 제한 등 기존 요구사항들이 반영되지 않아 공정 경쟁 환경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타 시중은행들도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소 사업자들의 활로를 열 수 있는 정책 대안이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 및 토스모바일, KB리브엠 외에도 거대 자본을 보유한 은행들이 가격 경쟁을 벌이면 자본력이 부족한 기존 중소 사업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 경쟁력 강화 방안 고민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뜰폰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정부의 규제를 바라기에 앞서 기존 중소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경쟁 활성화를 통한 국민 통신비 경감이 알뜰폰 제도의 목적인 만큼, 신규 사업자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알뜰폰 제도는 지난 2010년 9월 통신3사로 고착된 시장에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낮은 진입장벽으로 자체 설비도 갖추지 못한 사업자들이 단순 재판매에만 매몰돼있다고 지적해왔다.

소비자 불만도 오랜 시간 이어졌다. 문제 발생 시 이를 해결하거나 알릴 수 있는 고객센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요금제 측면에서도 통신사들의 요금제를 그대로 가져다가 재판매만 하기 때문에 특화 요금제와 같은 알뜰폰만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꼬리표'도 여전하다.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금융권 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통신사 자회사들과 금융권 사업자들이 경쟁하면 정부 의도대로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거둘 여지가 많다"며 "정부가 정책 문턱을 낮춰 중소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시장에 뛰어든 만큼, 이들의 목소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긴 하다. 다만 중소 사업자들도 설비 투자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따지고 보면 소비자 후생이 몇 배는 더 향상되는 것"이라며 "중소 사업자들이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이용자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6월까지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알뜰폰(MVNO) 활성화를 위해 단순 재판매에서 벗어나 경쟁 주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도매제공 의무제도, 도매대가 산정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도 담길 전망이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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