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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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 약세를 의미하는 크립토윈터가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가운데, 실명확인계좌를 획득하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화마켓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거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채용 정보 사이트에선 몇몇 거래소들이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위기의 코인마켓 거래소 "월급 제때 못받는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에 따르면 A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업의 리뷰에는 지난 2020년부터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는 평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올해 1월에도 월급 지급이 밀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A거래소 사이트 점검 및 재설치를 이유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거래소에 다방면으로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아울러 B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업의 리뷰에 지난 4월부터 임금체불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월급이 밀린 지 꽤 지났다", "임금체불 때문에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남긴 것. 다만 해당 거래소 측은 "자산운용 자금이 들어오는 부분에서 1개월 정도 차이가 있었고, 그때 월급이 밀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문제를 다 해결한 상황이고, 상장사 투자를 받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거래소 역시 월급이 늦게 지급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거래소 관계자도 "투자금 문제로 인해 지연된 것은 사실이나 사원들에게 충분히 공지하고 양해를 구했다"며 "현재는 지연 없이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오히려 신규 채용을 늘리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다수의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월급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4개월 이상 밀린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화마켓도 못버티는데...무너지는 코인마켓 거래소

문제는 이들 거래소의 운영 문제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록된 가상자산사업자(VASP) 중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업체는 27개다. 이중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해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를 제외하면 22개 거래소가 남는다.

코인마켓 거래소 명단 / 사진=금융정보분석원
코인마켓 거래소 명단 / 사진=금융정보분석원

이들 거래소는 지난 2021년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원화마켓 폐쇄 당시 이들 거래소의 매출은 많게는 100분의 1로 줄어들기도 했다. 

실제로 어느정도 규모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후오비 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적자 87억원을 기록했다. 원화마켓을 운영했던 지난 2021년 후오비는 영업이익 9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게다가 올해는 가상자산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에 흑자전환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명확인계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크립토윈터가 지속되면서 22개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것. 그나마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가 상장돼 있는 '지닥'도 일일거래대금이 약 15억원에 그쳤다. 이밖에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일일거래대금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명확인계좌에 목숨거는 코인마켓 거래소

생존 위기에 놓인 이들 거래소들이 살 길은 실명확인계좌 확보뿐이다. 20일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자 협의체(VXA)'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확인계좌 계약을 맺지 않은 국내 12개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실명확인계좌 계약을 위한 실사 요청서를 보냈다.

VXA는 ▲에이프로코리아(에이프로빗) ▲오션스(프로비트) ▲차일들리(BTX), ▲포블게이트(포블게이트), ▲피어테크(지닥), ▲플랫타이엑스(플랫타익스체인지), ▲한국디지털거래소(플라이빗), ▲후오비(하이블록) 등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모인 협의체다.

VXA 관계자는 "현재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의 독과점 현상을 해결하고 건전한 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발급하는 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신규 원화마켓 거래소의 진입을 통해 소수 원화마켓 거래소로의 심각한 편중현상을 해소하고 자유경쟁 환경을 조성해 투자자보호 및 투명한 시장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크립토윈터가 길어질수록 매출을 내지 못하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이 위축되면서 인력이 유출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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