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최수연 네이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번역 앱 '파파고'의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OU)가 1000만명을 돌파해 이목이 쏠린다. 사실상 국내 번역앱 시장을 통일, 절대 강자로 올라선 모습이다. 이는 수년간 AI 기술 고도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번역을 꿈꿔온 네이버의 기술력 덕이다. 

21일 네이버클라우드에 따르면 내부 집계 결과 파파고 앱의 MAU가 작년보다 약 30% 증가하며 1000만명을 넘어섰다. 웹 버전 MAU도 약 740만명으로 늘었다. 해외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1.5배 증가해 매월 300만명 이상이 파파고를 이용 중이다. 일본과 베트남·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북미에서 활용도가 높다.

파파고는 현재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 번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15개 언어의 번역을 지원하며 네이버 앱, 웨일 브라우저, 라인 메신저 등에 활용된다. 이미지 속 문장을 번역하고, 원본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제거해 배경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 등이 이미지 번역 서비스에 적용돼 있다. 바로 번역, AR 실시간 번역 기능 출시 이후 이미지 번역 사용량이 5배 증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공부하고 싶은 지문을 촬영하면 번역문과 함께 중요 단어들을 확인할 수 있는 파파고 에듀 서비스도 내놨다. 이달 기준 월 110만명이 파파고 에듀를 쓴다.

사실 파파고는 이미지는 물론, 사용자 카메라를 통해 증강현실(AR)로 실시간 번역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쉽게 말해 원본에 적힌 글자들을 지우고 번역된 글자를 집어넣어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이게 전부라면 파파고는 흔한 번역 서비스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파파고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이다. 자연스러운 이미지와 텍스트를 생성해 사용자가 더 잘 읽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바로 이 점이 타 서비스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네이버클라우드는 파파고에 ▲광학문자인식(OCR) ▲자체 딥러닝 모델 'HTS' ▲인페인팅 ▲렌더링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했다.

먼저 OCR은 이미지 내 글자를 인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후 HTS 기술을 통해 인식된 글자를 번역에 용이한 문장이나 문단으로 묶는다. 자연스러움을 담당하는 과정은 '인페인팅'과 '렌더링'이 담당한다. 텍스트 인페인팅은 글자를 쓸 배경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원본에 있는 글자를 지워 번역된 문장이나 단어가 들어갈 배경을 만드는 과정이다. 기존에는 글자색과 대비되는 단색 사각형 이미지로 처리해 자연스러움이 떨어졌었다면 현재는 그림자 변화나 명도 변화를 딥러닝으로 추출해 이질감이 없는 결과를 내놓는다.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이에 대해 이현수 네이버클라우드 파파고 개발자는 "글미자와 명도 변화에 잘 대응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딥러닝 기술을 적용했다"며 "글자 획과 주변영역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생성적 대립 신경망(GAN)' 기술을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배경을 생성해내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번역된 글자를 어떤 색으로 표시할지 결정하는 '글자 색상 추출' 과정에서는 '대비 비율(contrast ratio)' 기술이 사용됐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배경과 글자색 간 명도 대비 기준을 세워 이를 기준으로 색상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글자를 왼쪽, 가운데, 오른쪽 중 어디로 정렬하는지, 또 어느 범위까지 쓰이는지에 따라 차이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글자 정렬의 경우 과거 파파고는 무조건 왼쪽을 기준으로 렌더링을 수행했다. 실생활에서 왼쪽으로 글자를 정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정렬된 문자를 번역하면 '삐뚤빼뚤'하게 번역돼 구조를 해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클라우드는 원본 문단 구조를 그대로 추출해 렌더링에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글자마다 기준선을 그어 변화량을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번역본을 정렬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네이버는 초거대 AI를 대거 활용, 글로벌 최대 번역앱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중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정확하면서도 활용성 높은 번역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 많은 이용자에게 사랑받는 국민 번역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기술적 연구를 이어 나가며, 번역 성능과 서비스 편의성을 고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수호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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