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오디오실 류휘만 감독·오동준 작곡가 인터뷰
게임은 '종합예술' 콘텐츠다. 영상과 미술, 음악과 서사가 어우러진 게임은 지난해 법적으로도 문화예술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특히 게임음악은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 받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게임음악은 광고·예능 등에 쓰이고 앨범으로도 발매되며, 오케스트라 공연을 펼치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게임의 재미를 한층 더 높여주는 게임음악의 세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음악은 콘텐츠에 고유성을 부여한다. 콘텐츠와 일체감이 느껴지는 음악은 해당 콘텐츠의 고유성을 강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펄어비스'는 음악으로 게임에 고유성을 불어넣고 있다. 음악을 활용해 검은사막 내 지역적 특색을 강조하고 있는 것.
최근 출시된 신규지역 '아침의 나라' 역시 국악을 활용해 지역의 고유성을 끌어올렸다. 펄어비스가 게임음악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들여다 봤다.
콘텐츠와 일치된 음악...고유성 부여한다
최근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펄어비스 사옥에서 류휘만 펄어비스 오디오실 감독과 오동준 펄어비스 오디오실 작곡가를 만났다. 류휘만 감독은 이지투디제이(EZ2DJ), 디제이맥스(DJMAX), C9 등의 게임음악 제작을 담당한 1세대 게임음악 프로듀서다. 지난 2018년 검은사막 오디오 리마스터 당시 합류한 오동준 작곡가는 게임음악 뿐만 아니라,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대중음악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펄어비스 오디오실에서 일하는 1세대 게임음악가와 대중음악을 만들던 작곡가 모두 음악과 게임 콘텐츠의 일체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게임음악은 게임 세계관과 일체감이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안 어울리면 아무 소용 없다고 생각한다"며 "음악과 세계관을 일치시키면,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음악 만들기 위해 고유성을 높이는데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오 작곡가 역시 "MMORPG 특성상 여러 지역이 있다. 각 지역마다 시대적 배경과 세계관이 있으니까 그것들을 많이 참고하고, 비슷한 나라도 찾아보면서 지역 특색 살리는 음악을 제작하고 있다"며 "지역 마다 주된 멜로디가 있다. 이를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 작업을 하고 있다. 음악만 들어도 그 지역이 생각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아침의 나라'...국악 울려퍼진다
최근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에 새롭게 출시한 지역인 아침의 나라의 음악도 이같은 기조 아래 만들어졌다. 류 감독은 "아침의 나라는 조선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당연히 국악을 도입했다"며 "국악을 작곡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했다. 공부할게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물놀이의 리듬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곡을 쓰면서 이를 강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 오 작곡가는 "국악이라는 장르를 들어만 봤지 해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너무 어려웠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친숙함과 자연이었다"며 "아침의 나라 배경을 많이 참고했다. 중세 유럽풍의 자연과 동양의 자연 다르다. 이용자들이 친숙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경을 많이썼다"고 말했다.
그는 "기와, 대나무, 산 등이 잘 녹아들 수 있게 음악을 만들었다"며 "다만 순수한 국악으로 다가가면 이용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서 오케스트라와 신디사이저 등을 등 병합을 해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침의 나라 지역에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띄는 구역엔 '창'을 활용했다. 류 감독은 "아침의 나라 안에도 세부적인 지역들이 있다"며 "지형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다. 특히 공포 분위기가 나는 곳에는 심오한 분위기를 내뿜는 '정악'을 활용해 한국적인 무서움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특히 류 감독과 오 작곡가는 국립국악원에 감사를 전했다. 오 작곡가는 "국악 연주자를 섭외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국립국악원에 연주 샘플들이 많이 개제 돼 있는데,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출처만 밝히면 언제든지 쓸 수 있다"며 "이번 음악 제작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류 감독 역시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국악의 발전과 적용 확대를 위해서 국립국악원에 자료가 있는 것인데, 굉장히 효과적으로 잘 써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오디오실 보물상자엔 재즈·댄스·록까지 다 있다
펄어비스 오디오실은 검은사막의 다양한 노래를 다양한 장르로 편곡해 때를 기다리고 있다. 류 감독은 "편곡을 많이 했다. 댄스로도 하고, 록으로도 해 활용하고 있다"며 "재즈 편곡의 경우 연주자를 섭외해서 녹음만하려다가 재즈 페스티벌에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류 감독은 제19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재즈 인 검은사막 : 임미정 X 류휘만'으로 참여했다.
또 편곡한 음악을 펄어비스 하이델 연회서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류 감독은 "연회 때 공개한 것도 안 한 것도 있다"며 "곧 10주년이기 때문에 그때를 계기로 음반을 낼 수도 있다. 또 지금은 검은사막 음악만 있지만, 나중에 펄어비스 페스타 같은 것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류 감독은 "오랜동안 펄어비스의 음악을 사랑해주시면 좋겠다"며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면서 예술적인 음악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오 작곡가는 이용자들 입장에서 듣고 지나가고, 잊혀지는 음악이 아니라 특별하게 남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다"며 "펄어비스 색깔이라는 고유성이 이용자들 귀에 남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관련기사
- [게임 속 선율] ①오케스트라 매진에 실시간 음원차트 1위...독자 콘텐츠로 거듭난 '게임음악'
- [게임 속 선율] ②게임음악 통해 떠나는 추억여행…'테일즈위버' 찐팬의 오케스트라 탐방기
- [게임 속 선율] ③"게임음악은 '경험'을 떠오르게 한다"…지휘자 안두현이 '테일즈위버'를 연주하는 이유
- [게임 속 선율] ④'돌비 스튜디오'부터 '개인 방음실'까지...엔씨소프트는 음악에 진심이다
- [게임 속 선율] ⑤"엔씨 사운드센터가 '한땀한땀' 만든 게임음악, 활용도 더 높일 것"
- [게임과 선율] ⑥넷마블에선 '게임음악'이 'K팝'이 된다
- [게임 속 선율] ⑦게임음악의 대명사 테일즈위버 BGM은 어떻게 만들어지나..."분위기를 계승해 간다"
- [게임 속 선율] ⑨발소리와 총소리를 한땀한땀...글로벌 게임사 크래프톤, 사운드 디테일을 고민하다
- [테크M 이슈] 제2의 배그-크파 꿈꾸는 로스트아크...中 공략 나섰다
- [게임 속 선율] ⑩동양대가 예비 게임 개발자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이유
- 귀로 즐기는 넥슨 게임…'블루아카이브'까지 4번째 오케스트라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