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수이 공식 미디엄
/ 사진=수이 공식 미디엄

가상자산 업계가 유통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위믹스(WEMIX)', 올해 초 '클레이(KLAY)' 그리고 최근 '수이(SUI)'까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가상자산 관련 공시, 락업(보호예수) 등으로 인한 유통량 관련 문제를 겪고 있는 것. 이에 일부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예비 가상자산 물량을 두지 않는 '제로 리저브'를 선택했다.

업계는 스마트컨트랙트나 프로그래밍 코드를 사용하지 않고, 코인을 받은 프로젝트의 선의에 기대는 락업을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락업 물량을 자유롭게 매도하거나 스테이킹(예치)해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락업 물량도 스테이킹해서 이익을 얻으면 유통량에 포함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통량 문제 터진 '수이'...'락업' 문제 도마 위로

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타(옛 페이스북)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미스틴랩스의 블록체인 메인넷 프로젝트 '수이'가 가상자산 초과 유통 문제에 휩싸였다. 락업 물량 중 일부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유통된 것.

수이 가격 및 유통량 정보/ 사진=코인마켓캡
수이 가격 및 유통량 정보/ 사진=코인마켓캡

수이 재단은 공지사항을 통해 "해당 거래를 조사한 결과, 수이 재단에서 딥북 개발에 대한 기여금(그랜트)으로 락업된 250만수이를 받았던 무브엑스(MovEX) 팀이 62만5000개씩 4개 지갑으로 나누어 187만5000수이를 거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재단 측이 파트너사의 돌발 행동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어 재단은 "무브엑스는 해당 거래에 대해 수이 재단에 알리지 않았으며,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수이 재단의 요청에 따라 무브엑스는 250만수이를 커스터디 월렛으로 옮겼다. 또 수이 재단은 무브엑스와 파트너십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수이 재단의 토큰 배분 형식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수이 재단의 토큰 배분 트랜잭션을 분석한 내용을 공유했다. 조재우 교수는 "수이 제네시스 트랜잭션을 분석한 결과 90억개 코인이 발행된 것을 확인했다. 이 중 43억4500만개는 토큰 전송으로, 46억5500만개는 스테이킹(예치) 형식으로 배분됐다"고 전했다.

이어 조 교수는 수이가 전송되고, 스테이킹된 트랜잭션을 분석하면서 "대부분의 코인이 특별한 락업 없이 전송됐기 때문에 잠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설령 이 코인들이 시장에 유통이 되지 않더라도 스테이킹이 돼 지속적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브엑스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고질적 문제 '유통량'

공시 부재, 락업 문제, 유통량 초과는 비단 수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블록체인 메인넷 프로젝트 클레이튼도 파트너사가 기여금으로 받은 클레이를 공시 없이 매도해 문제가 된 바 있다. 클레이튼의 거버넌스카운슬(GC) 크래커랩스가 지난 2월 23일부터 바이낸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250만달러 규모의 클레이를 매각한 것. 게다가 클레이튼의 제로 리저브 발표를 전후로 매각이 이뤄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 사진=클레이튼 트위터
/ 사진=클레이튼 트위터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위믹스도 지난해 내내 유통량 문제로 고통을 받았다. 위믹스 또한 공시 없이 가상자산 위믹스를 매각했다는 점과 더불어, 유통량 산정 기준이 업계의 일반적인 기준과 맞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위믹스는 이 때문에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종료(상장폐지) 되기도 했다.

현재 가상자산 유통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 부재, 기여금을 지급한 파트너사 관리 실패, 가상자산 공시 소홀, 실효성 없는 락업 등 문제들이 가상자산 가격과 직결되는 유통량 초과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특히 락업 물량을 스테이킹을 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현금화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수이 재단으로부터 수이를  받은 지갑 주소들 중 3개가 스테이킹 보상을 판매한 정황이 드러났다. 락업 물량을 스테이킹해서 받은 보상 약 15만수이를 가상자산 거래소로 전송한 것이다.


제로 리저브까지 등장..."이익 얻으면 유통량으로 봐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량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제로 리저브를 선택하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제로 리저브란 가상자산을 발행한 재단이 유통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물량을 소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리저브 물량을 투자, 마케팅, 기여금 지급 등에 사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자 리스크의 원인을 없애는 선택을 한 것이다.

라인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핀시아가 대표적인 제로 리저브 프로젝트다. 김우석 라인테크 플러스 대표는 "많은 프로젝트에서 사전 발행된 리저브를 잘못된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문제가 돼 왔다고 보고 있다"며 "핀시아는 제로 리저브 전략을 통해서 이러한 리스크를 제로로 만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라인 블록체인
사진=라인 블록체인

다만 제로 리저브가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핀시아처럼 라인이라는 든든한 인프라가 없는 프로젝트들의 경우 리저브 물량을 사용하지 않고는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 리저브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게 투명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며 "누가 사업을 투명하게 잘 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수이 유통량 문제를 분석한 조재우 교수는 락업과 유통량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업계에 만연한 악습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트너사에 제공한 기여금이나 재단이 가지고 있는 락업 물량을 스테이킹하고 이자를 받는 일이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퍼져있다"며 "테라도 앵커프로토콜에 미유통 물량을 스테이킹하고 이자를 받아 팔았다. 돈을 빼먹는 용도로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조 교수는 "락업을 할거면 블록체인 프로젝트답게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해 락업을 해야 한다"며 "스테이킹한 물량은 락업 물량이라고 볼 수 없다"며 "스테이킹을 하면 유통량에 포함시켜야 한다. 경제적 이익을 보면 유통량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