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경쟁서 출사표 던진 네이버
생태계·데이터 주권·서비스 품질 강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의 로즈룸,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달 만에 다시 찾았다. 이 곳에서 지난달엔 구글이, 전날(24일)엔 네이버가 인공지능(AI) 행사를 진행했다. 같은 주제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구글은 '축제판', 네이버는 '출마판'같다고 생각했다.
생성형 AI '세계전쟁' 초입에 들어서는 네이버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바늘구멍 같던 철옹성을 뚫고 들어가겠다는 참전 선언이나 다름없어서다. 이 판은 체급차이가 승패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천문학적인 데이터셋(데이터 집합체)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돈 많고 국력 센 글로벌 거인들이 이 판을 주도하는 이유다. 미국의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와 중국의 바이두 등이다. 전세계 검색 시장의 85%를 장악한 구글과 연매출만 수백조의 MS, 14억 내수 시장의 보호를 받는 바이두는 데이터·자금 규모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전세계 세번째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두고 네이버가 마냥 웃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성취엔 늘상 격려보다 우려가 앞선다.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감당 못할 비용을 쓰는건 아닐까 하는 식이다. 그만큼 이 시장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특히 네이버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한국어특화'다. '내수용' 꼬리표를 뗄레야 떼기 힘든 이유다. 글로벌 태생의 구글과 한국에 특화한 네이버, 둘 중 고르자면 후자는 국내 파트너의 환심을 사기에 보다 적합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수는 너무 작다. 지배적인 사업자가 되지 않는 이상 투자 비용 회수를 장담하기 힘들기에 '베팅'이 필요하다. 시장 규모를 넓히자니, 외국어 데이터 접근성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런데도, 네이버가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시장성'을 뛰어넘는 '사명감'이 자리했기 때문일 터. 생태계·데이터 주권·서비스 품질 관점에서 AI만큼은 외산 기업에 종속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초거대 AI 모델 개발을 이끄는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총괄은 "강제로 수용해야 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종속된다면 높은 비용내고, 낮은 성능을 감내해야할 수 있다"고 했다.
구글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자며 청중의 환호를 이끌 때, 네이버는 '한국에 베팅'하겠다며 안방 사수의 결의를 다진 것은 당연해 보인다. 대규모 자본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거인들이 전선을 넓히고 있으니, 주권 존립을 사수하기 위한 방어전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있다.
출사표를 던진 네이버에 우려 대신 격려를 보내고싶다. 격변의 파고를 넘어 우리 고유 언어와 문화, 정서를 담은 플랫폼을 지킨 저력을 기억한다. 새로운 디지털 질서가 만들어지는 시기, 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우리 기업이 만들었으면 한다.
정부도 동참해줬으면 한다. 특히 데이터셋·자금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데이터 접근 문제를 풀어 해외 진출을 돕거나 공동투자·세제혜택 등을 통한 연구개발 비용 지원이 거론된다. 무엇보다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우물 안 개구리'식 규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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