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워킹맘 기자인 '라떼워킹맘'이 '아기다리고기다리'는 작품이 몇개가 있어. 도대체 언제 시즌2가 나오는지, 눈빠지게 기다리는 작품. 바로 '시그널'과 '열혈사제'야.

'라떼워킹맘'이 '봤다'나 '같이보소'에서 추천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눈여겨 살펴보면 유독 시대물이나 수사물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꺼야. 사실 나도 잘 몰랐는데, '라떼워킹맘'의 기사를 자주 보는 한 독자가 '수사극 마니아'같다는 메일을 보내고 알게 됐지. 내 취향을.

'시그널'과 '열혈사제' 역시 수사극인데 두 작품의 결과 분위기는 극과 극이야. '시그널'은 진지하고 무겁지만 '열혈사제'는 가볍고 밝거든. 사람은 누구나 밝고 무거운 면이 있잖아. 그래서 둘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아. 

게다가 두 드라마의 성격이 정말 특이해. 열혈사제는 현대극인데 너무나도 판타지같고, 시그널은 누가봐도 과거와 무전을 한다는 판타지인데 너무나도 현실적이거든. 

두 편 모두 시즌2를 강하게 암시하는 마무리를 보여줬는데 시그널은 2016년, 열혈사제는 2019년 나온 뒤 지금까지 시즌2 소식이 없었어. 그러다가 올해 두 작품 모두 시즌2가 제작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지. 두 작품의 시즌2를 기다렸던 사람들은 두팔 벌려 환영했을 것 같아.

이제, 복습해야 할 시간이야. 열혈사제는 웨이브, 시그널은 티빙에 올라와 있으니 시즌2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정주행 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사극? 아니죠...판타지 드라마 '열혈사제'

열혈사제는 김남길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 신부로 출연해. 거기에 김성균이 무능한 경찰로 나오고 이하늬가 부패할뻔(?)한 검사로 출연하지. 이들이 구청장, 검사, 경찰, 국회의원으로 이뤄진 기득권 범죄집단 '카르텔'에 맞서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야. 사실 수사극의 뻔한 공식을 따르고 있어,

그런데, 이 드라마는 뻔하지 않아. 수많은 수사극 사이에서도 유독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것은 나오는 조연들 모두 버릴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이야. 심지어 '악'으로 나오는 조연들조차도 다 매력적이거든.

대부분 악역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시즌2에 다시 출연하기를 바라지는 않잖아. 그런데 열혈사제 시즌2가 제작된다는 이야기에 '장룡'역의 음문석이 출연하는지 확인해봤어. 단말머리의 조폭으로 나오는 장룡 캐릭터는 '라떼워킹맘'의 최애 캐릭터였거든.

그리고 '카르텔'의 뒤를 봐주는 조폭으로 출연한 황철범 역의 고준 역시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와. 돈보다도 '가오'가 더 중요한 사람인데, 오랜만에 보는 과하지 않는 담백한 조폭을 볼 수 있어. 

/사진=웨이브 홈페이지
/사진=웨이브 홈페이지

게다가 김남길을 돕는 쏭삭역의 안창환, 오요환 역의 고규필 역시 너무 귀여워. 조연인데 말 그대로 '씬스틸러'라 이들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니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캐릭터가 너무 많다보니, 사실 수사극이라기 보다는 판타지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직접 형량을 계산해 자수하는 검사는 현실에 없겠지. 이렇게까지 싸움을 잘하는 신부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깔끔하게 제복을 벗는 경찰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서 '열혈사제'에 열광했던 것이 아닐까.  권력을 등에 엎고 죄를 지으면서도 벌을 받지 않는 죄인들을,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캐릭터들이 응징하는 이 말도 안되는 스토리에 우리는 사이다를 느낄 수밖에 없으니 말이야.

굉장히 원초적인 유머를 버부렸는데, 유치하지 않고 정말 웃겨. 특히 집단 설사 장면은...한국 드라마 역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이라는 생각이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거야.


판타지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시그널'

과거의 경찰과 현재의 경찰이 무전을 한다는, 너무나도 판타지인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막상 드라마를 보면 너무 현실적이라 속이 답답한 드라마가 있어. 바로 '시그널'이지.

처음에 시그널이 나왔을 때 '라떼워킹맘'은 보고싶지 않았어. 뭔가 분위기가 음침한거야. 현실도 무거운데 드라마까지 무거운 내용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

게다가 열혈사제와 다르게 결론도 너무나 현실적이야. 사이다가 별로 없어. 실제로 마지막 장면에서도 고구마를 100개 먹은 것 같아. 그런데, 재미있어. 계속 생각나. 그리고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해주지. 

시그널은 주인공 세명이 다하는 드라마야. 과거와 현실에 모두 있는 형사인 김혜수, 과거에 존재하는 형사 조진웅, 현재에 살고 있는 형사 이제훈. 이 셋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캐미가 이 드라마의 매력 80%를 차지하고 있어.

현재의 형사들은 미제 사건을 전담으로 수사하고, 이제훈은 과거를 살고 있는 조진웅과의 무전을 통해 미제 사건들을 과거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사실 중간중간, 과거로 인해 갑자기 현재가 너무 급격하게 바뀌는 등 어설픈 설정도 존재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잊을 정도로 세 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야.

/사진=티빙 홈페이지
/사진=티빙 홈페이지

시그널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느낌이야. 사실 살인의 추억도 범인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고구마지만, 큰 인기를 누렸잖아. 시그널도 그렇거든. 게다가 두 콘텐츠 모두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것도 비슷해. 작품의 분위기 역시 비슷한 면이 있더라고. 

봉준호 감독의 시니컬한 시선 역시 시그널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거든. 그래서인지 '라떼워킹맘'은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난 뒤 시그널을 보는 것도 콘텐츠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김은희 작가 특유의 대사들도 기대돼. 사실 김은희 작가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지리산'은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아서 많이 좌절했을 것 같아. 하지만 다행히 최근 방영된 김태리 주연의 '악귀'가 자존심을 회복시켜줬고 그 덕분에 시그널2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악귀'야, 고맙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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