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방송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위버스 앱을 깔고 위버스판을 구매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부분을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을 제작한 에그이즈커밍 소속 신효정 PD는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콘텐츠 상품 가치를 직접적으로 확인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는 설명이다. TV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위주로 유통되며 B2B(기업 간 거래)에 한정됐던 콘텐츠 상품 판로를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까지 확장한 것이다.
신 PD에 따르면 '나나투어' 감독판 공개 이후 위버스를 찾는 세븐틴 팬덤이 150% 증가했다. 신규 유입자 10명 중 1명은 위버스 앱을 새롭게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독판 매출 증가도 눈에 띈다. tvN 첫 방송 이후 감독판 매출량은 예상치의 2배를 상회했다.
신 PD는 "'나나투어'로 하나의 포맷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PD가 속한 제작사 에그이즈커밍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에그이즈커밍은 KBS 출신 스타 PD 이명한과 나영석을 포함해 예능계에 잔뼈가 굵은 이우정, 김대주 작가 등 콘텐츠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제작진이 다수 포진돼 있다.
팬덤 기반 콘텐츠 소비...커뮤니티·커머스·콘텐츠 '3C' 연계 주목
'나나투어'가 새로운 포맷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위버스’의 실험적 시도가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버스'는 '나나투어' 감독판이 공개된 하이브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이다. 전 세계 팬덤을 대상으로 각종 콘텐츠와 머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위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9할은 글로벌 팬덤이다.
'위버스'는 팬덤 소통 창구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아티스트의 입점을 유도해 이를 기반으로 유관 사업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입점 규모는 120여팀에 달한다. 국내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미국, 일본 등 아티스트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 중이다.
'나나투어'를 통한 시도가 실질적인 구매 효과로 이어지며 팬덤을 기반으로 한 '3C(커뮤니티·커머스·콘텐츠)' 연계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이번 시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 창작 활성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신 PD는 "이 안(새로운 유통 환경)에서 변주를 줘 가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제작사-레이블' 상생 사례에 후속 작업 관심↑
'나나투어'는 '실험'과 '실험'이 만나 탄생한 결과물이 성과를 낸 사례다. 제작 단계에서 하이브의 투자(에그이즈커밍 공동 투자)가 이뤄지며 '위버스'를 통한 감독판 유통 기회가 마련된 것. 처음부터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콘텐츠가 방송용,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게 된 배경이다.
감독판 제작의 '시초'가 된 리얼리티 편집 스타일도 우연히 탄생했다. 신 PD가 KBS 재직 당시 '해피선데이 – 준비됐어요'를 제작할 때 선임 제작자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찾기 위해 시도한 '자투리 편집'이 풍부한 앵글을 담은 콘텐츠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됐다.
제작 과정도 OTT 시스템을 따라갔다. 신 PD는 "예전에 방송으로만 나갈 때는 방송 당일까지 편집해서 방송사로 넘기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제작 시스템에서는 최소 3주 전에는 완본이 나와서 그걸로 정리해야 했다"며 "여러 매체들에 맞게 완성본을 재편집하기도 하고, 외국 시청자들 대상으로 하는 부분도 점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나나투어'는 일본 U-NEXT, 동남아시아 지역 tvN ASIA에서도 방영된다.
'위버스'를 통해 판매된 '나나투어' 감독판은 방송보다 2배 많은 120분 분량으로 제작됐다. 한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tvN 버전과 달리 6개 국어 자막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판매 지역만 146개에 이른다. 아티스트 IP에 초점을 맞춘 이색 콘텐츠가 제작사와 레이블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콘텐츠업계에 새로운 물꼬를 틔울지 후속 작업에 관심이 쏠린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