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워킹맘인 '라떼워킹맘'이 오랜만에 콘텐츠 리뷰를 들고 왔어. 스위트홈 시즌3 이후 정말 오랜만에 '봤다'를 쓰는 것 같아. 사실 그동안 재미있는 콘텐츠가 없어서 '봤다'는 잠정 휴업 상태였거든.

추석 연휴가 워낙 길었기 때문에 최소한 콘텐츠 두개는 봐야 억울(?)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들어갔지. 개인적으로 김성균 배우를 워낙 좋아해서 그가 나오는 '무도실무관'을 클릭했어.

그런데 말이야. 정말 아무런 기대 없이 봐서일까.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즌2 계획은 있는지, 만약 있다면 언제 나올지 찾아봤다니까. 역시 사람은 기대가 없어야돼.

원래 '라떼워킹맘'은 김우빈 배우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무도실무관'을 보고 정말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 김우빈이 아닌 '무도실무관' 주인공은 누구도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야.


즐거움을 추구했던 이정도

김우빈이 연기하는 이정도는, 전형적인 MZ세대야. 자신이 즐거워야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친구였어. 이정도는 스포츠와 e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데 자신이 잘하고 항상 이기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더라고. 

여담인데 '라떼워킹맘'은 e스포츠를 17년째 취재하고 있는데 이렇게 콘텐츠에서 e스포츠라는 단어를 보니 반갑더라고. 정말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

다시 콘텐츠로 돌아가서, 이정도는 검도 3단, 유도 3단, 태권도 3단을 가진 유단자야. 배틀그라운드도 정말 잘하지. 아버지가 운영하는 치킨집 배달을 도맡아 하면서 특별한 직업은 없는, 재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었어.

그런데 그가 동네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쫒는 '무도실무관'을 도우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변하기 시작해. 진짜로 가슴 뛰는 일을 만났거든.


무도실무관

아마 '라떼워킹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처음 듣는 직업일꺼야. 성범죄나 살인 등 재범 가능성이 높은 출소자들은 전자발찌를 착용하거든. 그 전자발찌 대상자들을 감시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보호관찰자와 한 팀을 이뤄 그들을 제압하는 사람들을 '무도실무관'이라 불러.

무도실무관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제공
무도실무관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정도는 범죄자에게 당하고 있는 한 무도실무관을 도우면서 임시로 무도실무관 일을 하기 시작해. 그때 보호관찰자 김선민을 만나게 되지. 김성균 배우가 연기하는 김선민은 정말 존경할만한 사람으로 등장해.

무도실무관 대행일을 하면서 이정도는 자신의 가슴이 뜀을 느껴. 그리고 연쇄아동성폭행범인 강기중 전담반을 맡으며 무도실무관 일을 정식으로 하기 시작하지.


피가 거꾸로 솟는다

솔직히 이 콘텐츠는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는 두려움을 안겨다 줄만한 내용이야. '라떼워킹맘'도 초등학교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웃으며 볼수만은 없었어.

연쇄아동성폭행범인 강기중은 출소 후 아동이 주인공인 성인영상물 제작 업자와 손을 잡아. 여자 아이들을 납치해 성폭행한 영상을 성인영상물 제작업자에게 넘기는 일을 하게 되지.

이야기만 들어도 너무너무 열받지 않아?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손이 떨리고 화가 나더라고. 그런데 이게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잖아.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더라고. 얼마전에 조두순 출소가 생각도 났고.


주제는 무거운데 콘텐츠 분위기는 밝다?

사실 처음에는 코믹한 형사물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진지한 주제여서 놀랐어. 그리고 내용 자체가 너무 무섭고 가슴도 아팠고. 그런데 이 콘텐츠의 매력은 절대로 무겁게만 풀지는 않는다는 거야. 진지함 속에 유머와 웃음을 절대 잃지 않아.

무도실무관 장면/사진=넷플릭스 제공
무도실무관 장면/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래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 '추격자'는 비슷한 주제인데  '라떼워킹맘'이 정말 보기 힘들었던 것이 시종일관 무거웠기 때문인데 '무도실무관'은 그래도 밝음을 잃지 않더라고.

아마도 김우빈이 연기를 정말 잘했기 때문이고, 그의 친구 3인방이 주는 친근함 때문일거야. 게다가 강기중을 검거하는 과정은 약간의 '판타지'적인 느낌도 있어서 아마 무겁지만은 않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무도실무관을 늘려야 합니다"

질병과 범죄의 공통점은?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거지. 둘다 이미 벌어지고 나면 돌이킬 수 없잖아. 무도실무관은 우리 사회에서 건강검진과도 같은 역할을 해. 극악무도한 범죄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직업이거든.

그런데 이 콘텐츠에 나오는 무도실무관의 현실을 보면, 대우도 형편없는데다 범죄자에 비해 인원이 너무나 적더라. 사실 범죄 예방이라는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경찰만큼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이 콘텐츠는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코믹 영화같기도 하고, 현실 고발 교양같기도 해. 오랜만에 재미도 있으면서 의미도 있는 콘텐츠를 본 것아 좋더라고.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어. 에피소드가 많지 않고 영화처럼 약 1시간 40분 정도만에 마무리되는 것도 좋더라고. 사실 개인적으로는 6편 정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좋았어.

넷플릭스에게,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줘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해야 할 것 같아. 다 보고 나서, 재미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콘텐츠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 

전국의 모든 부모들이 꼭 봐야할 영화, 무도실무관을 보고 우리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가자고! 무도실무관 늘려달라는 시위가 필요해!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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