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왼쪽)·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김택진(왼쪽)·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26년만에 연간 적자 성적표를 받아든 엔씨소프트가 올해 몸집을 줄이고 체길 개선을 통해 글로벌 게임사로 재도약을 선언했다. 본사 인력을 자회사로 배치해 개발 속도는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더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각오다. 특히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하며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26년만에 연간 적자..."올해는 턴어라운드 자신" 

엔씨소프트는 2024년 4분기 매출 4094억원, 영업손실 1295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1.9% 증가했지만 영업손실폭을 806.1% 키우며 연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5781억원, 영업손실은 10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엔씨소프트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8년 이후 26년만이다. 

엔씨소프트 최근 3년간 실적. /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최근 3년간 실적. /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의 흥행 성과가 온기 반영되며 로열티 매출은 전년 대비 26% 상승한 1829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및 로열티 비중은 34%를 차지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어느때보자 쉽지 않은 한 해였다"며 "4분기에는 전사적인 조직효율화를 진행하면서 퇴직 위로금이 일회적으로 반영돼 큰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현상은 체질개선의 일환이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올해는 남은 과제를 극복하면서 성장 측면에서 글로벌 타이틀을 출시해 턴어라운드를 맞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 인력 자회사로 전환...개발 스튜디오 체제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1일 대규모 조직재정비를 마치고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 3곳과 AI 전문기업 자회사 1곳을 정식으로 출범했다. 본사에서 게임을 만들고 직접 배급하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수의 독립 스튜디오로 개발력 강화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는 각각 엔씨소프트의 핵심 게임 IP(지식재산권)인 'LLL'과 '쓰론 앤 리버티', '택탄(TACTAN)'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각 스튜디오는 엔씨소프트의 핵심 인력들을 배치하고 외부 간섭을 최소화한 채 게임 개발에 매진한다. 개발은 독립 스튜디오가 맡고, 본사는 글로벌 운영 및 솔루션을 지원하는 형태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이에 따라 본사 인력은 기존 5000여명에서 31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1000여명이 자회사로 이동하고 900여명은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지만, 회사 구조가 가시화된 만큼 지속적으로 효율적인 인원배치와 조직 구성을 통해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앞으로 어떠한 목표를 갖고 인력을 감원하겠다는 계획보다는 지속적인 효율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리니지류나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은 본사에 남겨두고, 앞으로 나올 신작이나 새로운 장르의 게임들은 자회사나 스튜디오, 투자 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을 큰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TL'로 가능성 봤다...올 하반기 '아이온2' 한국·대만 출격

올해 기대작으로 꼽고 있는 '아이온2'는 올해 하반기 한국과 대만 시장을 중심으로 우선 출시된다. 이후 북미와 유럽 현지화를 거친 뒤 출시하는 것을 큰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쓰론 앤 리버티'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의 달라진 트렌드를 직접 확인했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 전통적으로 MMORPG 장르가 강세를 보여왔는데, 최근 들어 '리니지라이크'라고 불리는 장르의 게임이 쏟아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엔씨소프트 '아이온2' 트레일러 영상. / 사진=엔씨소프트 유튜브
엔씨소프트 '아이온2' 트레일러 영상. / 사진=엔씨소프트 유튜브

박병무 대표는 "과거 아이온이나 블레이드&소울을 출시했을 때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성장했던 것처럼 새로운 유저 유입이 있는 MMORPG 시장이 나온다면 아직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쓰론 앤 리버티 글로벌 출시로 아직 해외에 이러한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MMORPG 시장은 다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온2는 이러한 관점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한국과 북미·유럽 지역에 동시에 출시하는 것은 컨텐츠나 게임성 자체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순차적으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박병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플레이 형식, 컨텐츠나 게임성,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해서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오는 2분기부터 유저와 소통을 강화해 아이온2에 대한 특색들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환원 본격화...신규 IP 창출에도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한다. 엔씨소프는 앞으로 3년간 자사주를 소각해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주 지분율 10% 수준 관리를 위해 현재 1.9%에 해당하는 41만주의 소각을 결정했다. 또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주주가치 제고 및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을 목적으로 177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4.2%를 매입했다. 다만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동 엔씨타워1 이익은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2025년부터 3개년 기간에 대해 연결 지배구조 순이익의 30%를 현금배당 하기로 결정했다"며 "안정적인 재무성과를 바탕으로 배당규모 증대 및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엔씨소프트

아울러 신작 IP 창출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해 폴란드의 '버추얼 알케미'와 스웨덴의 '문 로버 게임즈', 국내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와 '미스틸게임즈'에 투자한 엔씨는 올해도 이와 비슷한 규모를 투자해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총 600억원 가량의 투자를 단행했다"며 "올해도 동일한 규모의 신규 IP 투자 및 퍼블리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슈팅게임과 서브컬쳐 등의 장르에 투자하고 액션 RPG 장르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며 "매년 M&A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600억~700억원 수준의 IP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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