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분야는 상거래 쪽이다. 포시마크 투자를 두고 네이버가 난데없이 중고거래 시장에 투자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상거래 데이터를 위한 것이었다"
지난 6월 네이버벤처스 설립을 앞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한 '벤처링 네이버스 넥스트 챕터(Venturing NAVER’s Next Chapter)' 에서 이해진 의장이 한 말이다. 이 의장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서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트'와 왈라팝 투자 등을 이끌어왔다.
네이버는 포시마크와 크림, 소다에 이어 이번 왈라팝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개인간 거래(C2C) 시장 내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포진한 기업-개인 간 거래(B2C) 시장 대신 C2C 분야를 집중 공략해 네이버의 글로벌 내 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등 네이버의 기술력을 적용하고, 확보한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네이버 생태계를 확장하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C2C 기업 인수로 유럽 확장 거점 마련
6일 네이버는 스페인 C2C 기업 왈라팝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억7700만유로, 한화로는 6045억원을 투입해 왈라팝 지분의 약 70.5%를 추가 확보했다. 네이버는 이번 왈라팝 인수를 유럽 내 사업 확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왈라팝은 지난 2013년 스페인에서 설립된 모바일 기반 C2C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기술 중심의 UX를 강점으로 1900만명이 넘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를 확보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일상 생활용품에서 전자기기, 자동차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개인 간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는 왈라팝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지난 2021년 1550억원, 2023년 약 1000억원에 걸쳐 약 29.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왈라팝과의 전방위 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2C의 경우 일상과 밀접한 다채로운 상품군과 다양한 경험들이 공유되는 롱테일 커머스 생태계인 만큼 데이터의 다양성이 경쟁력이 되는 인공지능(AI) 생태계에서 그 중요도가 높다. 향후 왈라팝에 네이버의 검색, 광고, 결제, AI 등 네이버의 기술과 사업 노하우가 적용될 예정이다. C2C 영역에서의 데이터와 사용자를 AI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사용 경험을 만들어 간다는 전략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지난 10여년 동안 유럽 시장에 투자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가져갈 대상을 지속 물색해왔다"며 "왈라팝은 글로벌 빅테크가 전세계 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스페인의 C2C 시장의 대표자로 자리잡은 강자인 만큼 네이버는 왈라팝에 기술과 사업 노하우 등을 접목해 새로운 사용성을 부가하며 왈라팝의 성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상품 구색과 스토리가 풍부한 C2C 기업인 왈라팝 인수를 통해 스페인, 유럽 사용자들의 사용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의 다양성이 경쟁력이 되는 AI 생태계에서 네이버의 경쟁력 또한 한층 더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AI·UGC 접목한 C2C로 차별화 노린다
네이버는 C2C의 성장 가능성을 두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기업들이 포진해 포화 상태인 B2C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경쟁력이 있다고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 일환으로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와 크림 통합, 소다 합병 등으로 북미와 한국, 일본 등 글로벌 C2C 시장에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 왔다.
포시마크는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C2C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북미 지역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지난 2023년 13억달러, 약 1조6700억원을 투자해 포시마크를 인수했다. 네이버 인수합병(M&A) 투자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인수 이후 약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네이버 커머스 매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네이버는 포시마크에 자사의 검색 엔진과 AI 기술을 적용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강화하는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네이버의 이미지 검색 기술 '스마트렌즈'는 포쉬마크의 '포쉬렌즈'로 구현됐고, 라이브 방송 기능도 적용됐다.
국내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의 경우 지난 2021년 네이버의 애플리케이션 자회사인 스노우의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굿즈와 트렌드를 공략한 제품, 티켓 서비스 등으로 국내 C2C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이번 왈라팝 인수는 친환경과 순환경제에 관심이 높은 유럽을 공략하기 위한 네이버의 의도가 담겼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적어도 오는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그린딜(GreenDeal)'을 비전으로 내세우며 여러 중간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일환으로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040년까지 탄소배출을 90% 감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경우 친환경차, 지속가능한 에너지 라벨 등 친환경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C2C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왈라팝은 창업 이후 사용자 친화 서비스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시장으로 사업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왈라팝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C2C 시장 내 입지를 키우는 동시에 AI 기술 확대와 UGC 강화에도 나선다. 왈라팝은 위치 기반 매칭, 실시간 채팅, 평점 시스템,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 등 기술 중심의 UX를 통해 성장해 온 만큼 네이버의 기술력과의 접점이 많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AI 기능인 'AI 검색 가이드'와 고도화된 검색 서비스 'AI 브리핑', '스마트렌즈' 등 쇼핑 경험을 확대할 수 있는 네이버의 기술력이 C2C 시장에 녹아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사용자 데이터는 네이버 생태계 내에서 또 다른 서비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네이버의 클립 크리에이터와 스마트스토어의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쇼핑 커넥트' 솔루션과 블로그, 카페 등 사용자 UGC를 토대로 영상화 해주는 미디어 AI 기술 공개를 앞두는 등 네이버는 UGC 영역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C2C 시장이 UGC와 커머스 측면을 모두 지닌 시장인 만큼 네이버가 지닌 커머스와 UGC 강점 및 노하우가 잘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따라서 포시마크와 크림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온 만큼 이번 왈라팝 인수를 계기로 유럽 시장 내 C2C 경쟁력을 확대하고 네이버의 기술력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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