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유통 플랫폼 인가전이 막을 올리기도 전에 논란이 거세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운영 방안에 따르면 인가 대상을 최대 두 곳으로 제한하고,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운영 경험이 있거나 전산 시스템 테스트 이력이 있어 서비스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으면 가점을 부여한다. 사실상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에게 유리한 심사 기준을 담고 있는 것.
표면적으로는 '신속한 서비스 개시 역량'을 가점 요소로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기존 샌드박스 사업자에게만 열려 있는 특혜로 읽는다.
사실상 수 년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독점적 기회를 누려온 업체들이 이제는 그 경험을 근거로 또 다시 가점을 얻게 되는 구조다. 새로운 기술과 모델을 준비한 신규 사업자들이 아무리 도전장을 내밀어도 '운영 경험 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제도의 본래 취지가 '새로운 플레이어의 혁신 실험을 지원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중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더 큰 문제는 이 방식이 시장 활성화와는 정반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각투자 시장은 지난 3년간 사실상 고사 상태였다. 제도적 불확실성 속에서 기존 사업자들은 영업을 본격화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빠르게 식어갔다. 지난해 전체 매수 거래 규모가 145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가 이를 방증한다. 그나마 새로운 제도 도입이 '재도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다시 좁은 문을 만들며 기회를 선별적으로 배분한다면 시장은 활력을 얻기 어렵다.
다양성이야말로 금융 혁신의 관건이다. 이번 제도가 자칫하면 '혁신금융서비스=기득권 보호제도'라는 오명을 남길 수 있다. 스타트업이나 핀테크 기업들이 제도적 유예 속에서 성장 기회를 얻기보다는 대형사나 공적 기관의 인가 경쟁 상대가 되는 구조라면 누가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겠는가. 결국 투자자들의 선택지는 제한되고 금융혁신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조각투자 시장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초기 시장 안정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문을 좁히려 한다. 이번 인가 정책이 과연 시장을 살리는 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드는 길인지는 두 개의 인가장이 갈라놓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혁심금융서비스 사업자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는 인가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 기술력을 갖췄다면 신규 스타트업과 핀테크 기업에게도 시장 진입 기회를 열어 운영 경험 부족을 이유로 배제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자가 조각투자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단순히 '누가 빠르게 시작하는가'보다 '누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가'를 평가 기준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