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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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심야시간대(자정~새벽 5시) 배송 제한을 제안하며,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실상 새벽배송 중단을 주장한 민주노총의 행보에 소비자 뿐 아니라 민주노총을 지지해온 업계 종사자까지 등 돌리는 모습이다. 

3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정규직 배송기사로 구성된 쿠팡노조는 택배노조 주장에 대해 "지난 10여년간 새벽배송을 통해 국민의 아침 밥상과 아이들의 학교 준비를 책임져왔다"며 "새벽배송은 이제 국민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고 쿠팡 물류에는 생명과도 같은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인데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단순히 야간근로를 줄이자는 주장만으로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것은 택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가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 배송을 금지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택배노조는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생계를 걸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은 없다"는 반발이 거세다.

현장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은 진짜 현장을 모르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노동권 보호'의 상징이던 민주노총이 이번에는 국민 불편의 상징으로 지목되는 분위기다.

한 새벽배송 전담 기사 A씨(42)는 "우린 야간 수당과 새벽 물량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소득이 줄어드는데, 그 손실을 누가 보상해주느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새벽배송 기사의 평균 월 소득은 일반 주간 택배 기사보다 10~15% 이상 높은 경우가 대다수다.

사진=CJ대한통운
사진=CJ대한통운

 

이에 물류센터 직원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도권 한 냉동 풀필먼트센터에서 일하는 B씨는 "노조는 야간 근무 없애라고 쉽게 말하지만, 새벽배송이 없으면 센터 가동률이 낮아지고 결국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노동자의 권익을 말하면서 일자리를 줄이는 모순"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소 협력업체들은 더 절박하다. 새벽배송 중단 시 납품 구조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 이천의 한 신선식품 유통업체 대표는 "새벽배송이 막히면 오후에 물건을 내보내야 하는데, 냉장 보관비만 월 수백만 원이 더 든다"며 "중소 농가와 유통업체는 직격탄을 맞는다"고 호소했다.

현재 새벽배송 산업에는 약 8만 명 이상의 종사자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택배업 등을 포함한 물류 전체 종사자는 2023년 기준 85만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배송기사, 물류센터 직원, 피킹·패킹 담당자, 협력 중소 물류업체 인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쿠팡 단독으로도 약 3만 명의 배송 인력이 활동 중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새벽배송 전담 인력이다. 마켓컬리와 SSG닷컴, 오아시스 등 중견 업체까지 포함하면 총고용효과는 10만 명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민노총의 논리가 2000년대식 구노동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의 물류 구조는 더 이상 단순한 야간 노동이 아니라, AI 기반 수요 예측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첨단 야간 물류 산업이기 때문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민노총이 주장하는 건 20년 전의 택배 구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지금의 새벽배송은 야간 노동이 아니라 야간 시스템 운영이다. 대부분은 자동화·기계화 중심이고, 사람은 관리와 운송에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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