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보다 디지털 뱅킹이 대세
#태생이 디지털인 테크핀 기업들
#핀테크 규제 더 풀린다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금융 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필요 없을 것"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이렇게 예측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예측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톡만 열어서 카카오페이 기능을 들어가면 송금, 결제, 투자 등이 가능하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빅블러'라는 용어가 변화하고 있는 현 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간 메신저나 쇼핑, 포털 플랫폼으로 익숙한 ICT 기업들의 금융 진출 행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은 왜 금융업에 파고들까.
'모바일' 판 커진다
뱅크(Bank)가 보이지 않는 디지털화된 뱅킹(Banking)이 커지고 있다.
가장 떠올리기 쉬운 예시가 마윈의 알리바바일 것이다. 중국은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있지 않고 당일 송금조차 어려운 은행 업무의 제약도 큰 국가다.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 필요했고, 이 돌파구로 등장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지금까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SK증권이 지난해 발표한 테크핀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페이의 가입자 수는 9억명을 넘어섰다. 월간 사용자 수도 5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금융회사들에 대한 불신으로 은행보다 ICT 기업을 선호한다. 실제 '핀테크'라는 단어가 세계적인 금융 단어로 확산된 것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터다. 당시 여러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핀테크 기업들을 새로운 투자처로 정하면서다.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의 재정위기를 경험했던 이탈리아에서는 82%가 은행보다 ICT 기업들에 대한 믿음이 크다. 중국과 인도 또한 응답자가 각각 79%, 76%가 ICT 기업을 더 믿고 있으며, 금융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에서도 이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핀테크 붐이 일고 지금까지 인터넷이 발전하고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테크핀이 성장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점차 모바일 기반 금융 생활이 확산되고, 시중은행들도 오프라인 점포 수를 줄이고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핀테크 기업들과 협업해 디지털 변화를 쫓고 있다.
그리고 2016년 말 알리바바의 마윈은 '테크핀'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하며, 사업의 주도권을 금융사가 아닌 'ICT 기업'으로 무게감을 실었다. 카카오페이 또한 일찌감치 자사를 '테크핀 기업'으로 정의하며 기술 혁신을 통한 금융 서비스를 강조했다.
카카오페이는 블로그를 통해 IT 기업이 주도하는 '테크핀' 서비스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인터넷 모바일 뱅킹 시 계좌번호를 직접 입력하거나 인터넷 쇼핑에서 결제 시 카드 번호를 입력했다면, 테크핀 서비스는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이 가능하도록 '미리 등록해 놓은 카드' 중에 결제할 카드를 선택하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가능한 기능들이다.
'플랫폼' 강점에 규제 완화까지 더해진다
이 같은 환경에서 태생부터 '디지털' 기반인 ICT 기업이 금융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올해 전통 금융권의 신년사에 자주 등장한 단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화)'였지만, 이미 '비대면'이 더 익숙한 IT 기업들에는 이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체인파트너스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ICT기업이 금융 기업 대비 가진 강점으로 ▲비용 ▲폭넓은 이용자 접근성 ▲데이터 등을 꼽았다. 비용 부문에서 보고서는 "금융 기업이 점포 수를 줄이며 비대면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애초에 비대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ICT 기업만큼 비용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 특히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플랫폼' 기반 기업들은 나름의 전략으로 이용자들을 대거 확보한 상태이다. 보고서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서비스, 즉 메신저나 검색 엔진,전자 상거래, SNS 등을 제공하는 ICT 기업은 손쉽게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데, 이는 제한된 고객망을 가지고 있는 금융 기업들이 따라하기 어려운 이점"이라고 분석했다. 잠깐만 생각해도 우리는 네이버나 구글로 검색을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온라인 쇼핑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네이버 쇼핑과 네이버 페이, 구글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구글페이', 페이스북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보고서는 이어 "주로 금융정보에 기반한 전통 신용평가 기법에 의존하는 금융 기업들과는 달리 광범위한 '비금융 정보'를 보유한 ICT 기업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정교한 신용평가 기법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카오페이 또한 자사 강점 중 하나로 '플랫폼' 영향력을 꼽는다. 4300만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톡 기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카카오페이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며 발생하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관리' 등 금융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간편송금 서비스 전략으로 이용자를 확보한 토스는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20~30대 비중이 절반 이상인 1000만명에 달한다. 토스는 이미 새로운 모바일 전문 증권사인 '토스증권'과 전자결제 부분인 '토스페이먼츠' 등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IT 기업들이 자체 보유한 강점 외에도 앞으로 국내에서 오픈뱅킹이 점차 확대되고 올해 특히 마이데이터 및 마이페이먼트 산업이 본격화되면 테크핀 기업들의 성장세는 더욱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금융과 IC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핀테크 경쟁력이 부족한 점을 들어, 정부는 핀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마이데이터가 본격화되면서 금융정보 주체인 개인의 본인 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지고, 우수한 역량을 가진 테크핀 업체가 기존의 대형 금융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마이페이먼트 산업 도입과 더불어 간편결제 육성정책은 특히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페이코, 토스 등 국내 주요 간편결제 사업자들의 이익 창출에 성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관련기사
- 카카오證 이어 토스도 온다... 플랫폼 앞세운 모바일 증권사 시대 '활짝'
- 1주일만에 20만명 가입한 '카카오페이증권'... 금융으로 수익화 본격 시동
- 미리 내다본 테크핀 세상... 이준호의 '뚝심'이 만들어낸 '게임체인저' 페이코
- '여의도, 너 떨고 있니?' 토스 '증권업' 사업인가 눈앞
- 연내 '토스증권' 나온다...'토스' 이름 내건 사업 가속화
- "은행 ATM 찾기 옛말" 간편결제+송금, 일 4000억 규모로 '급성장'
- [New머니]금융권 '디지털 자산' 진입 시작될까... KB국민은행에 쏠린 눈
- 말 많던 'P2P 투자'에 족쇄 채운 정부…한도 1인당 3000만원으로 제한
- [New머니] 간편결제 뒤에는 'PG'와 'VAN'이 있다... 시장 변화 속 더 뜨는 'PG'
- [New머니] 코로나19 확산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왜 주목받나
- 美 정치권 뭇매 맞은 페이스북 '리브라'... 이번엔 OK?
- [New머니] 디지털화폐 시대 '성큼'... 구글-아마존 '빅테크' 기업도 '지갑' 열까
- [New머니] '가상자산'에 주목한 휴대폰 PG...페이코인에 이어 '톨'도 나왔다
- 마이데이터 사전 수요조사 14일부터...허가 사업자 수 제한없다
- [New머니] 스타벅스카드 토스카드 스마일카드... PLCC는 왜 계속 나올까?
- 12년만에 신규 증권사 나온다... 주인공은 '토스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