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중심의 뉴스를 지향하는 테크M이 새로운 기획기사를 선보입니다. 한 이슈에 대해서 IT전문기자 세명이 서로 다른 시선에서 이슈를 분석하는 '세가지시선'입니다. 이슈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각을 독자분들께 전달하기 위해, 기자들은 사전 논의 없이, 각자의 시각에서 이슈를 분석합니다. 사안에 따라 세명의 시선이 모두 다를수도, 같을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이 살아있는 세가지시선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한국 금융당국 벽 높을텐데 

#너무 급하게 문 연거 아닌가

#계속 운영할 거란 진정성 보여줘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바이낸스KR'로 한국에 들어온 이상,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준수해야 한다. 바이낸스KR 소식이 공식화되자 업계는 이 기업이 어떻게 운영할 것이며, 어떤 무기를 내세울지 주목했다. 

바이낸스KR이 선택한 방법은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과 벌집계좌였다. 그리고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무기는 바이낸스닷컴과의 오더북 공유와 김치프리미엄 해소 등이었다. 그러나 거래소 오픈 1주일만에 이들이 내세운 전략이 비판의 화살로 돌아오고 있다. 입금 지연, 긴급 서버 점검 등 초기 운영 문제도 발생했다. 바이낸스KR이 정말 '한국 거래소'가 될 자신이 있는지, 진짜 특금법 통과를 거쳐 한국 거래소가 될 마음이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생긴다.   


국내 거래소, 벌집계좌 방법 몰라서 안쓴거 아니다 


우리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뜻밖의 이슈로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이낸스KR 이용자들이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KRWB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비엑스비의 법인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이때 등장한 은행이 '우리은행'이다. 기존 4대 가상자산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가 사용하는 농협, 기업은행, 신한은행이 아니었다. 우리은행 계좌를 통한 벌집계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낸스KR 운영사 바이낸스유한회사의 강지호 공동대표가 테크M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바이낸스유한회사 제공
바이낸스KR 운영사 바이낸스유한회사의 강지호 공동대표가 테크M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바이낸스유한회사 제공

특금법 시행 1년을 앞두고, 특히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받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은 몸 사리기를 하고 있다. 애초에 한빗코는 벌집계좌를 활용한 원화 마켓을 열지 않았다. 실명계좌 발급조건이 나오고 심사가 진행될때 벌집계좌 운영 이력이 혹시 모를 미운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한빗코는 그간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한 여러 시도를 했었을 것이다. 그래도 결국 지금까지 받지 못했다. 

오케이엑스코리아 또한 제도권 진입을 위해 잠재적 리스크를 모두 없애고자 원화 마켓을 중단했다. 

벌집계좌에 대한 은행의 정부 눈치 보기는 코인이즈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018년 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의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벌집계좌를 이용했던 코인이즈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당시 코인이즈는 농협은행의 계약해지 통보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거래정지조치 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코인이즈의 손을 들어줬다. 농협은행은 재소송했고 이어진 권리부존재확인소송에서도 법원은 코인이즈의 승소로 끝났다. 그럼에도 코인이즈는 현재는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이 같은 사례들을 보자니 벌집계좌를 쓰는 바이낸스KR을 제3자가 보기에 과연 거래소가 지속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큰 부분이다. 보수적인 집단 인 은행이 바이낸스KR에 제시하는 잣대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는 바이낸스KR이 넘어야할 큰산이다. 


운영 빈틈도 계속 보인다 


"예상 트래픽을 잘못 계산한 것 같다" 바이낸스KR은 지난 6일 거래를 오픈하고 하루만에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바이낸스KR 운영사 바이낸스유한회사의 강지호 공동대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용자들이 몰린 걸일까. 강 대표의 예상은 바이낸스KR 을 처음 공개한 날에도 빗나갔다. 지난 2일 바이낸스KR에서 가입과 입금을 시작한 당일에도 입금 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까지도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처리 속도가 느린 점에 대한 문제가 반복 지적됐다. 

바이낸스KR 이용자 입장에서 속 터지는 일은 고객센터 운영에도 있다. 거래는 24시간 연중무휴인데 바이낸스KR 고객센터는 그렇지 않다.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주말 및 공휴일은 운영되지 않는다. 

이쯤 되니 일각에서는 바이낸스KR의 기반 기술인 바이낸스 클라우드의 테스트베드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바이낸스KR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반복 지적돼 온 BKRW의 백서 공개부터 BKRW의 지갑 간 전송 계획 등을 담은 로드맵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투자자도 안심하고 사용하지 않을까. 


 불신 불안감부터 없애야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특금법 개정안은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진흥법보다 '규제법'에 더 가깝다. 적어도 가상자산 거래가 제도화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에 변화가 없어 보인다. 앞으로 나올 시행령 강도 또한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을 바이낸스와 바이낸스KR도 인지했어야 한다. 말로는 인지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의 모습은 '진짜 한국 거래소'가 될 준비가 더 필요해 보인다. 덩치가 큰 글로벌 대형 거래소가 진출한 만큼, 시장은 바이낸스가 어떻게 운영을 할 것이고, 어떤 경쟁력을 내세울지에 대해 주목했지만 결국 이 부분들이 고스란히 비판의 화살로 돌아왔다. 바이낸스KR이 한국에서 잠시 운영하고 말 거래소가 아니라면, 이 비판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한방이 필요하다. 거래소 이용도 불편한데 특금법 이후 생존이 불투명해보이는 거래소는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