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금융을 통제하는 시대

#전세계 25억 이용자, 가상자산으로 묶는다

#커가는 美 핀테크 시장... 리브라는 차별화 포인트 


전세계 소셜미디어의 대표주자인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가상자산 '리브라' 발행에 다시 속도를 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두차례의 청문회를 거치며,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 대표(CEO)가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도 페이스북이 가상자산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관련업계에선 결국 페이스북의 플랫폼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락인 효과'의 결과물로 해석한다. 전세계 25억명의 이용자를 바탕으로 해외송금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출시, 페이스북 의존도를 높여 이탈자를 줄여보겠다는 전략이다. 

 

표 = 삼성증권
표 = 삼성증권

 


1등 SNS는 맞는데... 새로운 성장동력 필요해 


페이스북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약 25조원, 영업이익은 약 11조원이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25%, 13% 순증했다. 특히 매출의 98%를 차지하는 디지털 광고 매출은 25% 급증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페이스북의 일평균 이용자는 약 17억명, 월평균 이용자는 무려 25억명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에도 페이스북의 주가는 지난해말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고점 당시, 주당 30만원에 육박했던 페이스북 주가는 현재 주당 22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신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이후 북미와 유럽 내 이용자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것이 주가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올초부터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광고 매출 감소 우려도 높아졌다. 

결국 페이스북 입장에선 과거와 같은 상승세를 잇기 위한 반전 카드가 절실하다. 현재 페이스북의 미국 내 광고 시장 점유율은 22%다. 올 2분기에는 20% 수준으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0%를 상회하는 1위 알파벳(구글) 추격을 꿈꾸기엔 격차가 적지 않고, 시장 점유율이 10%에 육박하는 아마존도 맹추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은 기존 이용자를 확실히 다잡고, 인도를 비롯한 신규시장을 개척하기에 적합한 카드다. 현재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메신저 '왓츠앱'의 인도 이용자는 약 2억명으로 추산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며 자연스레 페이스북의 이용자층도 제3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도에 리브라가 보급되면, 빠르게 현지 상거래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으로 지갑 및 결제앱을 출시하면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상자산 송금은 물론 카드수수료와 해외송금 수수료를 물지 않고 상거래가 가능해진다. 

온라인 상거래가 없었던 곳에 리브라가 도입되면 시장 확산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 광고 매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기업은 기존 은행 등 금융업체 대비 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고, 이용자 데이터를 독점해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의 경우, 1년에 단 8%만에 주거래은행을 바꾸고 있어, 인터넷 기업이 금융시장에 진출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CEO) /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CEO) /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미국에도 계좌없는 사람이 1400만명... 선진시장에도 리브라 가치 '뚜렷'


전세계 인터넷 서비스의 격전지인 미국과 선진시장에서도 리브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리브라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CEO)는 "전세계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은 은행 계좌가 없고 이중 1400만명이 미국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금융업은 정체돼 있으며 사람들에게 필요한 디지털 금융 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리브라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분산원장의 기초한 블록체인의 기술을 활용해 개인간 거래의 중간과정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자결제시장에 대해선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는 금융기관들에게만 적용되는 예금자 보호 제도를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도 적용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역시 지난 2018년 8월 애플 크레딧 카드를 발행했고, 구글과 아마존 역시 개인 예금계좌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페이스북이 관심을 가질 여지는 충분하다. 애플 페이의 경우, 미국 전체 가구 중 14%만이 사용중이며 구글페이 또한 10% 수준에 불과하다. 아마존 페이와 페이팔 역시 5%에 불과해, 페이스북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가상자산을 내놓을 경우 승산은 충분하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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