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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

#특금법 시행 앞두고 굳이 이 시점에 '벌집'으로?

#지금 BKRW사면 다시 못 돌려받을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한국에 거래소를 열었다. '바이낸스KR'이라는 이름의 이 거래소는 지난 6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와의 오더북 연동이라는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서비스를 시작한 '바이낸스KR'이 업비트와 빗썸 양강체제로 굳혀진 국내 거래소 시장에 '메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다. 굳이 이 시점에 바이낸스KR 거래소가 영업을 시작해야만 하느냐는 점이다. 국회를 통과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벌집계좌'를 활용한 거래소가 새로 문을 여는 것을 쉽사리 납득한만한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 사진=바이낸스 제공
/ 사진=바이낸스 제공

 


벌집계좌 금지한 특금법, 내년 3월 시행


국회를 통과한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는 내년 3월부터 반드시 당국에 신고를 하고 영업을 해야 한다. 신고요건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사용 등이다. 현재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만 사용하고 있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다른 거래소들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다만 개정안은 이미 특금법 시행 전부터 영업해오던 사업자는 개정안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 즉 내년 9월까지 영업신고를 하면 된다고 유예기간을 줬다. 

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만 앞두고 있다. 벌집계좌를 사용하는 거래소들은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ISMS 인증을 받고,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을 위한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을 내년 3월로 잡고, 기존 사업자에게 별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은 이런 준비가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금지한 벌집계좌로 영업 개시한 바이낸스KR


그런데 갑자기 바이낸스KR이 벌집계좌를 사용해 거래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굳이 이 시점에 왜? 라는 생각이 들면 이상할까?

ISMS 인증을 받고,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은 다음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1년 후 서비스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의 돈을 받고 영업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이에 대해 바이낸스KR을 운영하는 바이낸스유한회사 강지호 대표는 "특금법 기준을 맞추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국가와 은행이 요구하는 규제 기준을 맞추면 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예기간이라는 법의 허점을 노려서 서비스는 먼저 시작하고, 기준은 그 뒤에 충족시키겠다는 것일까? 만약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게다가 바이낸스KR는 비엑스비대부라는 대부업체까지 활용해 이용자들의 돈을 받는 상당히 복잡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비엑스비대부에 돈을 주고 바이낸스KR에서 거래할때 원화처럼 활용되는 'BKRW'라는 가상자산을 받아오는 형태다. BKRW로 다른 가상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것이다.


돈 주고 산 BKRW, 다시 돈으로 바꿔줄 의무는 없다


그런데 이용자들이 이렇게 BKRW를 받아오면, 나중에 이용자들이 BKRW를 다시 원화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바이낸스KR은 암묵적으로 BKRW를 주면 원화를 주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용자들이 돈을 주고 BKRW를 산 것이기 때문에 환불해줄 책임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믈론 그런 의도는 아니겠지만 이를 나쁘게만 바라보면, 거래소 문을 닫을때 BKRW를 다시 원화를 바꿔주지 않아도 문제될 것이 없도록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보낼수도 있어 보인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굳이 갓끈을 고쳐맨 바이낸스KR이 빠른 시간 안에 특금법 기준을 충족시켜서 외부의 오해를 불식시켜줬으면 한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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