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내달 '글쓰기 API기능' 종료
알고리즘 변경해 외부 링크도 적극 차단 중

이미지=네이버 공식 블로그
이미지=네이버 공식 블로그

#네이버 블로거지들 더는 용납 못해

#사실은 네이버의 쿠팡 퇴출 작전?

#'한국의 아마존' 타이틀 거머쥘 곳은


네이버가 '블로거지(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를 상대로 칼을 뽑아들었다. 정보 공해 수준의 글을 유포하는 블로그를 검색 알고리즘으로 걸러내고 구매를 유도하는 외부 링크 삽입 블로그를 검색 상단에서 밀어내버렸다. IT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쿠팡을 견제하고 자사 쇼핑 채널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네이버쇼핑과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중이다.


네이버에서 쿠팡이 사라졌다고?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네이버 블로거들 사이에서 '블로그에 쿠팡 링크를 달면 검색에서 배제된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가 쿠팡으로 연결되는 링크가 포함된 게시물이 있을 경우 '저품질 블로그'로 판단해 상위노출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네이버는 내달 '글쓰기 API기능'을 종료한다. 글쓰기 API기능이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MS Word), 구글 독스(Docs) 같은 문서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글을 여러 채널에 올릴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다. 여러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하지만 일부 블로거들이 어뷰징(낚시성) 콘텐츠를 올리면서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네이버 측은 이번 조치를 두고 "반복적, 기계적으로 유사한 글을 대량 발생시키는 사례를 막아 선의의 블로거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정말 그 이유가 다일까?


일각에서는 검색 알고리즘 변경과 맞물리면서 '네이버가 쿠팡을 검색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확히는 '쿠팡 파트너스 프로그램'의 퇴출이다. 

쿠팡 파트너스 프로그램은 쿠팡이 자체 개발한 온라인 마케팅 제휴 서비스다. 쿠팡 파트너스 가입자는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SNS 등에 쿠팡 API를 통해 만든 상품 링크를 공유할 수 있다. 이 링크를 통해 구매가 발생하면 3%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예컨대 누군가 내 블로그를 통해 10만원짜리 제품을 구매하면 3000원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쿠팡 파트너스를 이용하는 한 블로거는 "솔직히 쿠팡 파트너스나 큐텐 링크(글로벌 오픈마켓으로 쿠팡과 비슷한 제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로 벌어들이는 금액이 애드포스트(네이버가 자체 운영하는 광고플랫폼)에서 10년간 받은 것보다 많다"면서 "양질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블로거들에게 정당한 수익 모델을 만들지 않는다면 유튜브 등으로 이탈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로 모른 척 하지만 '언젠가 결판낸다'


네이버와 쿠팡은 서로 성격이 다른듯 보이지만 사실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는 맞수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거래액이 20조원으로 추정될 정도다.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네이버 결제에는 웹툰 등 콘텐츠 구매 비용도 포함돼 있는 만큼 순수한 온라인 쇼핑으로는 쿠팡을 1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쿠팡 결제액은 17조원 수준으로 네이버를 바짝 쫓는다.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쿠팡은 모든 세대에게 '없으면 안될 필수앱'으로 자리매김했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국내 최고 수준의 풀필먼트도 갖췄다. 네이버에서 배제돼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준이 됐다는 이야기다.

쿠팡 파트너스 공식 홈페이지 화면
쿠팡 파트너스 공식 홈페이지 화면

네이버는 사업자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네이버페이 등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주요 매출로 하고 있어 기존 이커머스 사업자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올해 브랜드스토어를 만들어 가전/생필품/가구 카테고리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풀무원, 한샘 국내 주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올해 2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의 아마존' 타이틀을 놓고 두 사업자를 견주는 분위기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일례로 최근 네이버는 쇼핑을 비롯해 자사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모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 역시 '로켓와우클럽'이라는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위킵과 두손컴퍼니, 신상마켓 등 물류 스타트업 3곳에 투자하면서 '풀필먼트'에도 관심을 뻗고 있다. 

물론 네이버와 쿠팡은 이런 이야기들에 해석을 더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측은 이번 블로그 조치와 관련해 "특정 사업자를 겨냥했다는 것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체적인 콘텐츠 품질을 올리기 위한 조치"라며 "쿠팡 파트너스의 경우 사례로 들기 쉬워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같다"고 말했다.

쿠팡 측 역시 "네이버 블로그는 쿠팡 파트너스가 이용하는 다양한 채널 중의 하나일 것"이라며 "네이버 조치에 관해 저희가 따로 덧붙일 말은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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