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2017년 말 벤처캐피탈이 중소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활용하는 투자계약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창업자의 연대보증조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창업자들은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계약서상 연대보증조항이 존재하는 것 아닌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잘못 투자를 받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 역시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에는 모 벤처캐피탈이 사실상 폐업상태인 스타트업 및 스타트업의 대표를 상대로 투자원금에 이자비용을 합한 10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창업자들은 자신의 투자계약서를 다시 살펴보며 자신들도 그런 상황을 만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논란이 커지자 해당 벤처캐피탈은 소송을 취하하고 스타트업 대표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투자계약서에 더이상 연대보증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설명의 진실성에 의구심을 크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투자계약서상 연대보증 조항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형식적으로 연대보증 조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연대보증과 같이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투자자에게 투자금 상당액을 배상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조항들이 존재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대표적인 조항이 특별상환권과 주식매수청구권입니다. 해당 조항들은 계약에서 정한 특정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통상 대주주 또는 대표이사가 이해관계인이 됩니다)에게 투자금과 이에 대한 이자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상의 중요 조항을 위반하거나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뿐 아니라 사소한 조항 위반이나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지는 경우까지도 특별상환과 주식매수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면서 연대보증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계약서에 특별상환권과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지거나 폐업을 할 때 창업자에게 해당 권리를 행사하는 벤처캐피탈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일부 벤처캐피탈이 해당 권리를 행사하겠다면서 창업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현재에도 왕왕 존재합니다.
벤처캐피탈이란 모험자본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은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집행하고, 만약 성공한다면 높은 배수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업자 및 회사에게 결과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것이 모험자본의 특성에 맞다면, 이때 사용하는 계약서의 내용도 형식과 실질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당장 불안감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사업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창업가들이 한두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재도전의 기회를 갖도록 한다면, 전체 벤처 생태계의 발전으로 결국은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글=정호석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정호석님은?
법무법인 세움의 대표 변호사다.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연수원 38기)했다. 주요 업무는 스타트업 및 IT 기업 자문, M&A 및 경영권 분쟁, 블록체인 기업 자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IT 스타트업 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며, 넥스트 파이낸스(디지털 자산의 시대)를 공동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