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 님 /캐리커쳐=디미닛
정호석 님 /캐리커쳐=디미닛

지난해 7월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 직원들이 분당 서울 요금소 옥상에서 농성을 벌였습니다. 직원들은 '도로공사와 외주업체가 맺은 용역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계약에 해당하므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일 이전부터 근무한 직원은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고, 그 이후 계약한 직원 중 2년 이상 근무한 자는 직접 고용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직접 고용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스마트톨링 등 자동수납 시스템이 도입되면 요금 수납 업무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직접 고용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18세기 초 영국을 중심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설비의 기계화와 이를 통한 대량생산이 이뤄졌습니다. 보다 많은 물품을 보다 빠르게 생산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싸게 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더 윤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생산설비 기계화는 생산직에 근무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왔고, 생산직에 근무하던 많은 사람들의 삶은 이전보다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람들은 다른 형태로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되고, 다른 형태로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과거 20년간 인터넷이 우리들의 삶을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바꾸어 놓은 것 이상으로, 로봇 인공지능 등의 기술은 우리의 삶을 좀 더 정확하고, 빠르고, 그리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겁니다.

앞서 언급했던 톨게이트의 자동수납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22년으로 예정된 해당 시스템이 도입되면 우리는 더 이상 톨게이트에서 통행권을 뽑기 위해 멈추지 않고 톨게이트를 지나갈 수 있습니다. 요금은 나중에 알아서 자동차 주인에게 청구가 됩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은 더 빠르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고, 물류 비용은 줄어들 겁니다. 이러한 형태의 효율화는 비단 톨게이트 뿐 아니라 은행, 마트와 같이 일상적으로 찾는 장소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측면 뒤에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14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활하면서 익숙하게 마주쳤던 버스 기사, 은행 창구 직원, 택배원, 배달원, 마트 직원 등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겪게 될 겁니다.

사람들이 기술 발전으로 인해 보편적으로 누리게 될 편의를 위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일터를 잃게 될 것이고, 그들은 예전보다 어려운 삶을 살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단순히 그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우리가 다 같이 누리게 될 편의의 몫으로 다같이 그 부담을 짊어질 지 생각해 볼 시점입니다. 

빌게이츠가 지난 2017년 인터뷰를 통해 인간과 같은 일을 하는 로봇의 노동에도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해 '유럽의회는 로봇은 인간과 달리 권리도 없고, 의무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세를 거둘 수 없다'는 주장에 맞서 로봇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기술 발전과 혁신을 위한 법률 개정에 대한 논의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기술 발전과 혁신 과정에서 부담을 짊어질 이들을 위한 법률안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길 희망합니다.


글=정호석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정호석님은?
법무법인 세움의 대표 변호사다.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연수원 38기)했다. 주요 업무는 스타트업 및 IT 기업 자문, M&A 및 경영권 분쟁, 블록체인 기업 자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IT 스타트업 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며, 넥스트 파이낸스(디지털 자산의 시대)를 공동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