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식물 재배가 어려워져 식량 위기를 맞은 지구. 그곳에서 주인공 가족은 옥수수를 키우며 하루를 버틴다. SF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다. 식량 위기는 지구인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인구수가 98억명으로 늘어나고, 전세계 육류 소비량은 연간 1000억 마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증가와 함께 식량 생산량도 매년 최대 1.75%씩 늘어나야 한다.

육류 생산량을 늘리게 되면 지구 온난화 같은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FAO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약 10년간 발생한 온실 가스 중 23%가 농축산업으로부터 나온다. 안병익 한국푸드테크협회장은 "실제 고기를 만드려면 생산, 소비, 유통 등의 과정에서 각각 물류비용이 들어가는데 많은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대체육'


/사진= 임파서블 푸드 홈페이지
/사진= 임파서블 푸드 홈페이지

그래서 등장한 것이 '푸드테크'의 대표분야인 '대체육'이다. 소를 비롯한 가축 생산이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대체육이 해결 방안으로 부상했다. 대체육은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인조 고기'다.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질감을 가졌다. 

기존 대체육 시장은 채식 인구 위주로 형성됐고 소비도 한정적이었다. 과거 '채식주의자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대체육은 최근 진짜 고기와 흡사한 맛과 식감으로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에는 이미 여러 대체육 기업들이 있다. 특히 대표 대체육 스타트업인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 푸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비욘드미트는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만 수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파서블푸드도 빌게이츠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사들이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임파서블푸드는 최근 미국 주요 777개 마트에 추가로 대체육을 공급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글로벌 대체육 시장


비욘드비프(왼쪽)과 비욘드소시지(오른쪽) / 사진=동원 F&B 제공
비욘드비프(왼쪽)과 비욘드소시지(오른쪽) / 사진=동원 F&B 제공

코로나19 사태는 해외에서 '대체육' 소비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난 4월 말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육가공 공장 근로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글로벌 육류 유통구조 공급망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터진 미국발 고기 대란으로 해외 육류 시장에서는 실제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마지막 주 미국 소고기와 돼지고기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15%씩 감소했다. 미국 소매점의 신선육 가격은 8% 올랐다.

사람들은 비싸진 고기 대신 대체육을 찾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대체육 제조 업체들의 기업 매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비욘드 미트' 주가는 지난 3월 저점 대비 147.1% 증가세를 보였다.

또 시장조사기관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4월 셋째 주 대체육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0% 급등했고, 8주 동안 265%나 올랐다. 같은 기간 신선육 판매가 30% 증가한 것에 비하면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커진 것이다.

/사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비욘드미트 주가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추이 /사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국내도 대체육 시장 뛰어들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


국내 대체육 시장은 해외와 비교해선 아직 뒤쳐져 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크게 '기술력 부족'과 '수요 부족'이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대체육 사업이 확산되지 않는 이유로 분석한다. 아직 국내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도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대체육을 만드는 기술은 크게 식물성 재료를 이용하는 기술과 동물 세포 배양 기술로 나뉜다. 동물 세포 배양 고기는 소나 돼지, 닭 등 동물의 근육 줄기세포를 이용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키운다. 진짜 고기와 비슷한 맛과 향을 가졌지만, 생산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식물성 재료를 이용하는 기술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동물 세포 배양 고기보다 시간과 비용이 덜 든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자체 생산 기술이 개발돼 대체육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대체육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다. 

국내에서도 자체 기술을 이용해 대체육을 선보인 기업이 있다.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해 식물성 고기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드는 대체육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다. 지난해 100%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를 출시했다. 언리미트는 1년6개월에 걸쳐 '단백질 압출 성형'이라는 특허 기술로 만들어졌다.

지구인컴퍼니 관계자는 "아직 대체육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 시장을 개척하고 확장시켜야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대체육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 '채식주의자'를 잡아라... 대기업도 시동건다


대기업들도 대체육 시장에 서서히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윤리적 소비 트렌드' 인식 변화와 국내 채식주의자의 증가 등의 이유로 대체육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육류 대신 식물성 원료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채식연합은 현재 국내 채식 인구 수는 200만명, 동물성 음식을 완전 지양하는 비건 수는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원F&B 비욘드버거 /사진=동원F&B 제공
동원F&B 비욘드버거 /사진=동원F&B 제공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대체육 시장에 진출한 '동원F&B'는 비욘드미트와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식물성 고기 패티로 만든 '비욘드버거'를 국내에 판매했다. 지난 4월에는 '비욘드비프'와 '비욘드소시지'도 추가로 출시하며 판매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동원F&B 관계자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는 비건을 하나의 음식 성향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라며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도 자체 기술로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출시했다. 특히 '엔네이처 제로미트 너겟'과 '엔네이처 제로미트 가스' 두 제품은 출시 당시 100% 식물 유래 원료만 사용해 국내 최초 비건 인증을 받기도 했다. 현재 대체육 개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신제품 추가 출시 계획은 없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체육에 대한 반응은 아직 크지 않지만, 비건이나 채식주의자들이 종종 찾는다"며 "글로벌 대체육 시장 흐름에 맞게 미래먹거리를 준비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