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이번 주말 친구들이 집들이를 온다고 한다. 냉장고는 텅텅 비었고, 집들이는 당장 내일이다. 어떤 요리를 준비해야할지 고민하다 모바일 쇼핑 앱을 켰다. 밀푀유나베와 찹스테이크, 파스타 등 그럴싸해 보이는 집들이 음식이 눈에 보인다. 고민 없이 '주문하기' 버튼을 눌렀다. 다음날 아침, 주문한 밀키트 박스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밀키트 안에는 재료가 필요한 만큼만 들어있어 버리는 게 없다. 조리 시간은 20분 정도. 레시피 순서에 맞게 만드니 푸짐한 집들이 한상이 금방 완성됐다. 친구들은 아직도 그 요리가 '밀키트'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CJ제일제당 밀키트 '쿡킷'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밀키트 '쿡킷' /사진=CJ제일제당

한동안 밀키트는 '핫'했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맛과 질이 보장된 요리를 할 수 있고, 재료도 딱 정량만큼 들어있어 밀키트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신혼 부부부터 1인 가구까지 재료도 딱 정량만큼 들어있어 편리했다. 하지만 밀키트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격이 비싸고, 밀키트로 출시되는 메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밀키트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영향으로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밀키트는 레시피에 따라 미리 손질된 식재료와 소스가 한팩에 들어있어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코로나19로 다시 주목 받는 '실패하지 않는 요리' 밀키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밀키트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2배 증가한 400억원으로 성장했다. 국내 유통업계들의 밀키트 매출도 크게 늘었다.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간편식 상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7%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밀키트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6% 증가세를 보였다. 

즉석조리식품은 물론 냉동간편식과 신선편의식품까지 밀키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향후 시장규모는 연 평균 10%가 넘는 꾸준한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닥터키친', '프레시랩' 등의 스타트업들이 뛰어들어 개척했다. 이후 밀키트 시장이 커지자 CJ제일제당과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업계와 GS리테일과 이마트 등 유통업계까지 모두 뛰어들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과 식품 유통 업계가 많아지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각 기업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고급화 등 차별화 전략 내세운 기업들


매주 특급호텔 출신 셰프들이 밀키트 신메뉴를 개발하는 CJ제일제당 '쿡킷'은 고급화가 무기다. 지난해 4월 론칭돼 매주 2회 신메뉴를 출시, 소비자 반응을 보고 추가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부채살 찹스테이크와 감바스 알 하이오, 부추가득 오리불고기 등 인기 메뉴는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마트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밀키트 /사진=SSG 홈페이지
이마트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밀키트 /사진=SSG 홈페이지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쿡킷 메뉴를 선보여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밀키트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슐랭 맛집도 밀키트로 만나볼 수 있다. 이마트는 올해 연말까지 '피코크 시즌2'에서 미슐랭 1스타 맛집 8곳을 추가해 약 20여종의 미슐랭 맛집 피코크 상품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달을 기점으로 '도우룸' 까르보나라 등 밀키트 신규 상품 출시 계획도 앞두고 있다.

오승훈 피코크 상품개발팀장은 "코로나19로 집에서 간단한 조리만으로 미슐랭 1스타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밀키트 상품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수요 예측 어려움, 유통기한 문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


그러나 밀키트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간편식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 경험증가, 코로나 19로 신규 고객층 유입되면서 밀키트 시장은 안착하는 단계로 넘어왔다"면서도 "밀키트 산업이 잠깐 반짝하는게 아니라 꾸준히 성장할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키트는 이제 막 시장 형성 시기를 지나 안착기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밀키트 시장은 현재 400억원 규모로 5년 후에는 7000억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밀키트 시장이 코로나19로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손봐야 하는 부분도 많다. 밀키트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4~5일 이내로 짧다는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건비 부담이 크다. 또 사전 주문 방식을 통해 가정으로 배달되는 경우가 많아 수요 예측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들어 배송하는 시스템인데 수요 예측이 쉽지 않고, 신선식품이다 보니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도 "야채를 얼리면 색이 변질되거나 식감이 나빠져 냉동 밀키트에 필요한 급속 냉각 기술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통 2인 기준 평균 1만원이 넘는 가격이 직접 재료를 사서 해먹는 것보다 비싸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장지를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밀키트 제품들은 각 재료가 따로 포장돼 있어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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