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수익구간 진입으로 기업가치 재평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캐리커쳐 = 디미닛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캐리커쳐 = 디미닛 

최근 3년새 주당 24만원선을 맴돌고 있는 SK텔레콤이 드디어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느덧 성장주 리스트에서 사라진 SK텔레콤이지만,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일제히 '매수 추천'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고 외인들도 좀처럼 SK텔레콤 주식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미 외국인한도주식수 임계치(외국인 소진율 73%)에 다다를 정도로 SK텔레콤을 사려는 외인들은 차고 넘친다.

자회사 기업가치만 '20조원'에 달하지만 본업인 통신사업에 가려져 제값을 받지 못했던 SK텔레콤 주식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있는 이유를 분석해봤다.


이제 '5G'로 돈 벌자


SK텔레콤이 꿈꿔온 중간지주사 전환은 본업인 통신 외에도 비통신사업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아 진정한 'ICT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제는 캐시카우이자 본업인 통신사업이 그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계속된 투자 기조와 정부 정책과의 연계 탓에 실적이 좋지 않았고 자연스레 온전한 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5G 서비스 상용화 이후 큰돈을 벌지 못했던 SK텔레콤이 올 3분기를 기점으로 드디어 수익수간에 진입하게 된다.  올 3분기 SK텔레콤의 연결 추정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3% 늘어난 4조6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3606억원으로 무려 19.4%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정 순이익 또한 4253억원에 이르며, 이는 전년동기대비 55% 급증한 수치다.

자회사 및 관계사 실적을 빼고 SK텔레콤 개별 실적을 살펴봐도 3분기 추정 매출액은 3조원에 달하며, 추정 영업이익 역시 26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45%까지 무너졌던 5G 시장 점유율 역시 40% 후반대까지 진입하며 3G부터 LTE 시절까지 이어져온 '5:3:2'의 시장 점유율을 다시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3분기 기준으로 SK텔레콤의 5G 가입자는 430만명, 시장점유율은 46~48%에 달한다. 특히 7월과 8월 두달간 이용자를 대폭 늘린 것이 주목된다. 5G 시대 압도적 1위 사업자의 위용을 갖춘 동시에, 실적 개선까지 동시에 이뤄낸 것. 고가요금제 또한 5G 이용자 비중 증가로 전년동기대비 1.8% 오른 3만1335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본업이 탄탄해지며 SK텔레콤의 주가수익비율은 올해 13.7배로 전망된다. 전년대비(21.6배) 기업가치 증대 가능성을 더욱 높인 셈이다. 

/사진=SK텔레콤 제공
/사진=SK텔레콤 제공

 


주판알 튕기는 SKT…하반기 관전포인트 수두룩 


이처럼 SK텔레콤의 통신사업이 반등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재평가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본업인 통신사업과 자회사 신사업 모두 제 궤도에 오른 덕분에 당장 지배구조를 개편해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 비통신 자회사들의 상장을 통해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더하면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동력 확보도 가능해진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 9월부터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해당 자금이 활용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SK텔레콤이 과거에도 SK브로드밴드 등 계열사 지분 취득과 인수합병(M&A) 등에 자사주를 활용한 데다 추후 지배구조 개편 효과로 자회사 배당금 유입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과 맞물리면서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부상할 경우 주가 상승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과거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매입 계획 발표 후, 3개월내에 매입이 완료됐다는 점에서 10월과 11월, 자사주 매입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투자업계가 SK텔레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또한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SK텔레콤이 진행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 800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렸다. AAA의 신용등급이 반영됐지만 동시에 언택트 대표주임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8월 SK텔레콤의 MSCI 비중 역시 기존 0.064%에서 0.124%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MSCI는 모건스탠리가 산출하는 글로벌 지수로, 비중이 확대될 경우 외인자본의 유입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증권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경영성과에 대한 성과급을 현금 지급이 아닌 자사주로 지급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주가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이 높다"면서 "구글 규제로 인한 원스토어의 수혜, 통신사업 본업의 호조 등 재료가 다양해 더욱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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