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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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프랜차이즈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우선 가장 큰 뼈대는 10개 게임단이 프랜차이즈 자격을 획득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에 합류하지 못한,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소속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우선 협상 기간을 거쳐 프랜차이즈 10개 팀에 들어올 기회를 얻었습니다.

10개 게임단은 가입비를 지불했습니다. 10개 게임단과 라이엇 게임즈는 한배를 탄 사람들 입니다. 이제는 프랜차이즈를 성공적인 e스포츠 사업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그런데,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일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게임단 창단은 언제든 '환영'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 대기업인 삼성전자, SK텔레콤, KT의 게임단 창단은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e스포츠가 문화로 큰 발전을 이뤄냈다는 방증이기도 했고, 많은 기업들이 e스포츠를 주목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대기업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선수들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게임을 할 수 있기에, 더 많은 대기업이 e스포츠에 들어오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임요환과 홍진호 시대를 넘어, 4대천왕, 택뱅리쌍 등 스타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중견기업 화승이 참여했고 선박 회사인 STX가 팀 창단을 결정하면서 e스포츠 산업은 날개를 단 듯 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와서도 대기업 참여는 항상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화생명 창단 소식에 당시 e스포츠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최초의 금융회사 창단이었기에 더 많은 대기업들이 e스포츠에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죠.

그리고 3일, 프랜차이즈에 이름을 올린 다이나믹스를 농심이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통신사, 금융업을 넘어 이제는 식품업까지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니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일입니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기업들


하지만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들고 덩달아 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면서 게임단을 창단했던 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한 기억입니다. 처음에는 온게임넷, MBC게임 등 양대 게임 방송사가 게임단 사업에서 손을 뗐습니다.

이후 위메이드, 화승 등 중견 기업들이 더이상 게임단을 운영할 수 없다고 선언해 선수들은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기도 했죠. 또한 모기업이 어려워 지면서 STX 역시 게임단 산업을 접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삼성전자가 그 어렵다는 롤드컵 우승 후 팀을 해체하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소중한 자원인 선수들은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갔고 당시 한국 e스포츠는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죠.

농심 박준 대표 이사(왼쪽)와 팀다이나믹스 오지환 대표이사/사진=농심 제공
농심 박준 대표 이사(왼쪽)와 팀다이나믹스 오지환 대표이사/사진=농심 제공

이번 프랜차이즈를 통해 농심이라는 새로운 대기업이 e스포츠에 발을 들였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게임이나 e스포츠와 전혀 상관 없는 비(非) IT 기업이 e스포츠에서 오랜 기간 머물렀던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e스포츠는 돈을 쓰는 산업?


아직까지 대한민국 기업들은 e스포츠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e스포츠는 돈을 쓰는 산업이지 돈을 버는 산업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죠. 

물론 다른 스포츠보다 시청자 수나 열성적인 팬 수가 월등히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숫자들이 수익과 직결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e스포츠 경제 효과를 분석한 것들을 살펴보면, 홍보효과, 이미지 제고 등 정성적인 지표들이 대부분입니다. 

기업들이 게임단 창단을 꺼리는 이유 역시 이 때문입니다. 이번 프랜차이즈를 앞두고 LG그룹 고위 관계자가 롤파크에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끝내 게임단 창단은 하지 않은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라이엇 게임즈와 10개 게임단은 프랜차이즈를 통해, 한국 e스포츠도 돈이 되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이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이고 뚜렷한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습니다. 베일에 쌓여있기에 더욱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어떻게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말입니다. 


결정적e장면... 줄을 서시오!


항상 과거의 장면을 분석하고 소개했던 '결정적e장면' 코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장면을 쓰고자 합니다. 2년 후 아니, 어쩌면 더 먼 미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랜차이즈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둬, 기업들이 앞다퉈 게임단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꿈같은 미래의 장면 말입니다.

"줄을 서시오!"

그때가 되면 선견지명으로 이미 게임단을 창단한 기업들은 팔짱을 끼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던 팬들 역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죠.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돋움한 방탄소년단 팬들럽 '아미'들이 가졌던 자긍심과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글이 성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성공적인 프랜차이즈화로 한국의 기업들이 e스포츠 산업에 뛰어드는, 그런 미래에 '성지순례'로 이 글이 다시 화제를 모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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