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 님 /캐리커쳐=디미닛
권용진 님 /캐리커쳐=디미닛

 

첫 칼럼에서 유동성 상승이 디지털 자산의 핵심 가치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권용진의 핀테크] 유동성과 디지털 자산 혁명 (1)

쉽게 사고 팔기 어려운 자산이나 물건의 유동성을 높이면서 투자의 장벽을 낮추고 수익성을 좋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유동성을 높여주는,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 LP)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실 유동성 공급은 금융의 꽃 중 하나로, 재고(Inventory)를 가져가면서 원하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차익을 버는 구조이다.

대표적인 유동성 공급자는 바로 은행이다.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돈이 남는 사람에게 예금을 받아서 그 차액을 버는 기업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 딜러가 유동성 공급자이고, 금은방이나 전당포 또한 유동성 공급을 하면서 차액을 버는 사람이다. 증권 시장에서도 이러한 유동성 공급자가 있는데, 바로 호가를 채워주는 시장 조성자 (Market Maker)이다.

시장 조성자는 매수호가와 매도호가를 채워주면서 특정 증권의 가격이 아예 비어 있는 것을 방지해주고 그 차익을 얻는 기업이다. 다만, 기존의 자동차 딜러나 은행에 비해 증권 시장은 가격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훨씬 더 고도화된 시스템을 통해서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를 제출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시장 조성자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본과 시스템이 좋은 거대 기관만이 시장 조성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디파이(De-fi)와 유동성의 수익화


기존의 시장에서는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유동성 공급자로 활동을 하고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증권에는 시장 조성자가 잘 없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마치 인기 없는 자동차 모델은 딜러에서 아예 사주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언제 어떻게 팔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증권 시장에서는 전문 시장 조성자(Designated Market Maker)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주요 증권 시장을 조성할 때, 인기 없는 소규모 증권에 대한 시장도 함께 조성해야 한다는 룰을 만들기도 했다.

반면에 디지털 자산은 이런 부분을 획기적으로 해결하였다. 바로 디파이(De-fi)라는 시스템을 이용해서이다. 디파이(De-fi) 시스템은, 어려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서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것이 담보 대출 시스템인데, 대부분의 디파이(De-fi) 기반의 담보 대출 시스템은 담보량과 현재 가격, 그리고 수요와 공급을 측정하여 변동 이율을 택했는데, 이 때문에 유동성이 낮은 상품에 대해서는 이율이 높아져서 높은 수익을 원하는 위험 추구 투자자들이 유동성 공급자를 겸하면서 뛰어들게 된다.

마찬가지로 유니스왑(Uniswap)으로 대표되는 탈중앙화 거래소는 기존의 매수, 매도 호가를 이용한 복잡한 유동성 공급 방식이 아닌, 총 보유 재고에 따라 가변적인 가격 시스템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유동성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택했다.

이는 매우 획기적이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복잡한 시스템을 가진 기관이 아닌 일반인도 시장 조성자가 되어서 수익을 배분 받는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의 콘셉트와도 굉장히 잘 맞는다.

이처럼 유동성은 돈, 그 자체이고 디지털 자산의 혁명적인 부분은 이러한 유동성 공급을 통한 수익 실현의 장벽을 매우 낮췄다는 것이다.

 

글=권용진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권용진 님은?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과학과 응용수학을 복수 전공한 후 뉴욕에서 퀀트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쌓았다. 퀀트 인공지능과 고빈도매매(HFT) 시스템을 대중에게 전하고자 다수의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다. 현재 디지털 자산 증권사 비브릭의 전략이사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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