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디지털화 할 때 어려운 도전 중 하나가 '가격 추종'이다. 실제 가치나 시장 가격과 최대한 비슷하게 가격이 유지되게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자금을 쏟고, 시장 참여자들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1박스를 사고팔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고 유통한다면, 실제 코카콜라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그대로이거나, 가격이 30% 상승했지만 디지털 자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10%만 상승했다면 디지털 자산의 의미가 옅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가상자산 파생상품, 달러 등 자산을 디지털화 하고 거래를 할 때 이러한 문제가 특히 대두된다.
실제 기존 금융에서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에 기반해 구성해서 가격 추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복제'(Replicate)라고 부른다. 그러나 기초 자산이 충분하지 않거나 아예 새로운 자산인 경우에는 이런 복제를 기존 방식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이 거래되는 곱버스(2X 레버리지 코스피 인버스 ETF)는 코스피 선물을 필요한 양만큼 매도하고 주기적으로 비중을 조절해주면 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들은 선물이 존재하지 않거나 시장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복제를 할 때 선행 조건이 부족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자산은 크게 세가지 방식의 가격 추종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계속 새로운 방식을 개발 중에 있다.
실물 자산 그대로 디지털 자산 발행
첫번째 방식은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다. 실물 자산을 그대로 보유한 뒤에 그에 준하는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실제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고 관리도 크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으로서의 디지털 자산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가상자산인 테더이다. 테더는 달러를 보유한 만큼 달러와 가격이 연동된 테더(USDT)라는 자산을 발행해 거래되도록 했다. 하지만 수년째 테더 발행수에 비해 달러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자산들 또한 기업이나 기관이 잘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검증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거나 아예 불가능한 구조에 있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컨트랙트로 자산 가격 연동
두번째 방식은 스마트컨트랙트로 자산 가격이 연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나 디파이(De-fi) 시스템에서 많이 쓰는 방식이다. 특정 주체가 자산의 가격을 담보해주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의 수요와 공급, 혹은 api 상으로 제공되는 가격과 연동해서 자동으로 가격을 유지시켜주는 방식이다.
첫번째 방식과 반대로, 특정 기관이 가격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이나 조작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동화된 시스템이 그렇듯, 취약점이 발견되거나 급격한 시장 움직임에서 시스템이 아예 붕괴될 여지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담보대출 파생상품을 제공했던 메이커다오가 이더리움의 가격이 급락했던 지난 2월, 대량 청산되면서 이더리움 가격과 연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손실을 입었던 사건이나 많은 디파이 프로젝트의 취약점을 사냥하면서 수익을 얻는 사건들이 있다.
실제로 1달러에 최대한 근접하게 유지를 하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개발한 기업들이 있는데, 1달러 이하가 되면 매도 시장의 유동성을 낮추는 식으로 중앙은행 역할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현재 제대로 검증이 돼 유지된 곳은 많지 않고 여전히 첫번째 방식인 테더가 시장 점유율이 높다.
참여자나 운용기업에 의해 유지되는 방식
마지막 방식은 시장 참여자들이나 운용 기업에 의해서 유지되는 방식이다. 이는 거래하는 기업이 적절한 방식으로 복제를 하거나 차익거래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첫번째 방식과 다른 점은, 명확하게 같은 가치의 실물 자산을 보유하지 않을 수도 있고 계약으로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FTX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디지털 자산들이다. 비트코인 레버리지 인버스 같은 상품이나 테슬라 주식을 쪼개서 사는 것, 그리고 트럼프 재선에 베팅하는 상품 등 모두 실제 기초 자산을 보유하기보다 운용사가 이런 가격을 유지하는 계약을 맺거나 유동성 공급 및 차익거래를 통해서 가격 추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FTX의 대부분 상품은 관계사인 Alameda Trading이라는 운용사에 의해서 가격 추종을 이뤄내고 있다. 이 방식은 운용사를 통해서 이뤄지는 경우 운용사에게 많이 의존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반면 시장 참여자에 의해서 유지된다면, 차익거래자가 충분히 많다면 가격이 실제 가치에 회귀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유지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아직 초창기라 가격이나 유동성이 유지되지 않아서 붕괴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는 것보다 시장을 조성하고 문제없이 가격 추종이 되는 것에 집중을 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생각해야 디지털 자산 시장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글=권용진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권용진 님은?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과학과 응용수학을 복수 전공한 후 뉴욕에서 퀀트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쌓았다. 퀀트 인공지능과 고빈도매매(HFT) 시스템을 대중에게 전하고자 다수의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다. 현재 디지털 자산 증권사 비브릭의 전략이사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