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리니지' 시리즈로 국내 PC 온라인 게임시장을 집어삼킨 후, 리니지M-리니지2M으로 모바일까지 석권한 '택진이형'이 굴지의 대기업도 쉽지 않은 프로야구 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동시에 들어올려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그 바탕에는 타 구단과 차별화되는 인공지능(AI)과 플랫폼 기술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특히 게임을 통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작한 야구단이 이제는 엔씨소프트의 미래먹거리와 글로벌 진출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하고 있다. 


'먹튀 FA'가 없었다? AI로 야구 키운 NC 다이노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는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 4승2패를 기록, 창단 9년만에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엔씨소프트는 10개 구단 중 유일한 소프트웨어(SW) 기반의 인터넷 기업답게, 창단 이후 야구단 운영에 IT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빅데이터를 활용, 200억원이 넘는 목돈을 투입해 박석민, 양의지를 FA시장에서 영입했고 그 효과는 창단 9년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입증했다. AI와 빅데이터 덕에 헛돈을 쓰지 않은 것. 실제 엔씨소프트는 데이터에 AI를 적용한 '페이지' 등 다양한 야구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증권으로 사세를 넓힐 정도로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은 이미 대외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울러 NC 다이노스는 지난 2013년부터 데이터 기반의 전력 분석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본격적으로 강팀으로 자리매김한 지난 2018년에는 황순현 대표 체제로 전환해 큰 주목을 받았다. 황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플랫폼&테크놀로지 그룹장을 역임한 기술 전문 경영인으로 취임 2년만에 엔씨소프트를 KBO 최정상팀으로 만들었다. 타 구단이 모회사의 경영진을 내려보냈다면, 엔씨소프트는 기술 전문 경영인을 앞세워 강팀으로의 실질적인 도약을 꾀했다는 평가다.

 

 


어려움 속에도 놓지 못한 '야구공'…택진이형의 이유 있는 성공신화


NC 다이노스에게 2013년 4월2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롯데자이언츠와의 1군 첫 경기에 김택진 대표를 비롯한 엔씨소프트 임직원 1100여명이 모두 현장을 찾은 것. 'NC 다이노스 원정 응원단'이라고 표시한 차량행렬이 약 5km 이어져 장관을 연출했다. 

이후에도 김 대표를 비롯한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매시즌마다 현장을 찾으며 NC 다이노스의 선전을 한뜻으로 기원했다. 이를 통해 이직이 잦은 판교 게임가에서도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남다른 애사심을 갖게 됐다는 후문이다. 

리니지와 아이온 등 대표게임 내 NC 다이노스 캐릭터도 곳곳에 출현했다. 당시 리니지2에서는 NC 다이노스 개막전 3일을 포함해 상대팀이 변경 될 때마다 다음날 모든 캐릭터에게 특별한 버프(캐릭터의 능력을 올려주는 효과)를 주는 이벤트로 주목을 받았다.

창단 1년 뒤, 신사업 부진과 주가급락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김 대표의 야구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굴지의 대기업도 야구단 경영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 속에도 김 대표는 NC 다이노스를 향한 투자를 지속했다. 신작 출시에 수년이 걸려도, 완성도에 집중하는 김 대표의 성격이 야구단 운영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 셈. 

그리고 김 대표는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앞두고, 그 결실을 빠르게 맛봤다. 지난 5월, NC 다이노스는 때아닌 '야구한류'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NC 다이노스와 이름이 같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이 NC 다이노스의 팬심에 반한 것. 때마침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 운영이 중단된 상황에서 엔씨소프트는 게임이 아닌 야구로 북미시장에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 덕에 올 3분기 엔씨소프트는 북미 진출 대표작 '길드워2'가 전년동기대비 두자릿 수 이상 성장세를 기록한 데 이어 신작 '퓨저' 등을 앞세워 북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정규시즌 통합 우승으로 국민 게임사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는 평가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