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컴투스
사진 = 컴투스

 

지난 2일 저녁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가 3년만에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 허가권(판호)를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3일, 장이 열리자마자 게임주는 일제히 반등했다. 오전 중 전일대비 두자릿 수 이상 주가가 치솟는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판호 발급 소식 이후 게임주를 추천하는 증권사 리포트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장 마감을 앞둔 오후 들어 차익매물이 급격히 늘어났다. 게임 기업 대부분 매수세가 가라앉았다. 컴투스의 중국 수출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왜 게임주의 급등세는 '일일천하'가 됐을까. 그 배경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중국 당국의 움직임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 국내 대형게임사의 '히트작'이 대륙을 호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소게임사에서 대형게임사로 이어지는 계단식 판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지만, 이 또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

 

표 = 메리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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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국은 콘텐츠를 감독하는 나라! 판호의 존재 이유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포함한 모든 출판물에 붙는 고유번호다. 사실 2016년 이전까지 모바일게임에 대해서는 판호 취득이 권고 사항이었지만 이후 발급이 의무화돼 사실상 출시 허가 수단이 됐다. 중국 당국이 '반시진핑 정서' 차단을 위해 게임 콘텐츠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선 탓이다. 

이른바 게임을 즐기는 'MZ 세대'가 중국 공산당 정치체제를 비난하거나,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 것. 이에 중국은 지금도 자국 업체의 콘텐츠 유통을 뜻하는 '내자판호'와 해외업체의 '외자판호'로 나눠 이중으로 콘텐츠 시장을 점검하고 있다. 

문제는 자국의 정치적 이슈로 끝나야할 문제가 한국 게임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2017년 텐센트와 넷이즈 등 자국 게임사의 반시진핑 정서를 차단한 이후, 내자판호 발급량을 늘려왔다. 심지어 2018년부터는 일본과 미국 등 해외게임사들의 외자판호도 일부 발행했다. 

그러나 한국게임사에겐 판호를 발급하지 않았다. 이를 업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한한령'이라 부른다. 지난 3년간 암암리에 수출된 중소 게임사의 게임 또는 기존 수출작의 콘텐츠 업데이트 방식으로 우회 수출된 사례 외에는 사실상 게임한류의 중국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NHN이 일본 법인을 통해 판호를 받아낸 것과, 팩토리얼게임즈의 '로스트킹덤' IP를 활용한 중국게임이 내자판호를 받은 사례가 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한국'의 존재를 감췄기에 가능했다.

 

표 = 메리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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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실은 무엇일까, '외교전'-'자국시장 보호' 투트랙


게임업계에선 이같은 한국산 게임 유통 불허에 두가지 의미가 담겨있다고 해석한다. 먼저 유독 한국산 대작 게임에 대한 수입을 전면 불허해 이를 '사드'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을 비롯 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 콘텐츠 전분야에서 동일하게 목격된다. 

아울러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을 휩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실제 판호가 발급되기 전까지, 한국게임은 중국 대륙을 독차지해왔다. 텐센트는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 한국게임의 현지 배급을 맡아 덩치를 키웠고, 중국인들은 한국산 게임에 열광했다.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 미르, 뮤 등이 중국의 국민게임으로 거듭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심지어 텐센트가 IP 발굴 및 개발을 주도했다고 홍보한 배틀그라운드 IP 또한 사실 한국게임사인 크래프톤의 것이다.

그러나 3년간 한국을 지워낸 덕에 중국 게임사는 자국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PC 온라인과 모바일을 막론하고 신작들이 쏟아져나왔고, 자국 기업간의 경쟁을 통해 퀄리티를 높였다. 한국 게임을 몰래 베끼는 것에서 나아가 창조적 활용사례도 잇따랐다. 강력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완성했다. 이제는 한국게임이 일부 유입되도 대세를 바꾸긴 어려운 상황이다. 


3. 180도 국면전환은 어렵다?


3년간 한국게임 수입을 철저하게 차단한 덕분에 중국 게임산업은 자립에 성공했고, 한국게임 일부가 유입되도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중국 당국은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한 직후, 컴투스의 판호 발급이 이뤄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업계에선 '180도 국면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리니지2M을 비롯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시리즈 등 국내 게임사 히트작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중국 시장에서 적잖은 파급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모든 게임사의 대작이 시의적절하게 현지 수출을 이뤄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크래프톤의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크래프톤의 자회사 '펍지'가 개발을 주도하고도 중국 텐센트 독자개발로 위장해 현지 수출을 이뤄냈다. 이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지배해왔다. 이로인해 크래프톤은 텐센트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입 또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게임에 대한 전면적 수입허가가 이뤄질 경우, 제2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사례가 잇따를 것을 우려해 대대적인 수입허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컴투스의 성공 사례처럼 중국 수출을 기대하는 곳들이 많지만,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대작은 쉽게 빗장을 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게임 판호 발급은 게임 총량제 의식, 선별된 허가로 이뤄지고 있으며 텐센트/넷이즈에 치중된 중국 게임시장의 지배력을 분산하고자 하는 의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중국 시장에서 기대할만한 인기 IP게임(중소형사) → 중국 대형사의 한국 대표 IP 게임 등 계단식으로 오픈될 것"이라며 "2021년 한국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 상황은 개선될 것임이 분명하며 중국 출시를 준비했던 국내 게임사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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