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모바일 히트작을 발굴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넥슨이 이제 모바일게임을 기반으로 기록적인 성장세를 입증하며 멀티플랫폼 게임사로 입지를 굳혔다. PC와 모바일 성장추의 균형이 잡히면서, 아시아 대표 게임사로 올라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등 글로벌 지역 매출이 고루 성장하며 '던전앤파이터'로 대표되는 중국 매출 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초부터 '초격차'를 강조해 온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의 야망이 어느덧 현실화된 모습이다.
모바일만으로 1조 매출 돌파…1년새 60% '급증'
9일 넥슨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1300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18%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1조1145억원을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18% 늘었다.
플랫폼 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모바일이 1조371억원의 매출을 기록, 1년새 60%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바탕에는 지난해 등장한 다량의 신작이 있었다.
먼저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바람의나라: 연'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2위 기록 후 꾸준히 모바일 게임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3분기 이후 넥슨의 모바일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바람의나라: 연은 PC 원작 특유의 도트풍 그래픽과 플레이 방식, 그리고 지속적인 유저 친화적 업데이트가 호응을 얻으며 흥행을 지속 중이다.
지난해 5월 글로벌 시장에 론칭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MMORPG가 대세로 자리잡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 캐주얼 레이싱이라는 장르적 차별화와 재미를 제공하며 출시 17일째 누적 이용자 수 1000만명을 기록했고 약 200일만에 2000만명을 넘겼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구글플레이 '2020 올해 베스트 게임'에 선정됐다
.
이와 함께 2016년에 출시한 메이플스토리M의 역주행도 눈에 뛴다. 넥슨은 지난 11월 역대 최대규모의 콘텐츠 업데이트 더 비기닝을 실시, 양대 앱마켓 차트 역주행에 성공했다. 더 비기닝 업데이트는 고레벨 유저와 기존 유저, 신규 및 복귀 유저 모두가 각자의 플레이 환경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으며 지난 1월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6위, 애플 앱스토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PC 올드 히트작 성장세 유지...韓 매출 급증 '눈길'
넥슨의 기존 캐시카우인 PC온라인게임 또한 2조935억원의 매출을 기록, 1년새 4% 성장했다. 모바일 만큼은 아니지만 올드히트작이 다수인 스테디셀러 게임들이 모두 성장세를 유지한 것. 특히 이같은 올드 히트작은 국내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넥슨의 중국 매출 비중을 크게 낮췄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가 미뤄지고 있지만, 이는 넥슨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넥슨의 국내지역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84% 성장했고, 이중 모바일 부문은 164%, PC온라인 부문은 54% 증가하는 등 양대 플랫폼 모두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먼저 탁월한 운영 노하우 기반의 전략적인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주요 PC 온라인게임 모두 출시 10주년을 훌쩍 넘기고도 한국 지역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7주년을 맞이한 넥슨의 대표 스테디셀러 메이플스토리는 대규모 겨울 업데이트 NEO를 비롯해 시즌별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며 글로벌 전역에서 성장을 지속했다.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4분기에 신규 던전 업데이트와 더불어 비대면 e스포츠 대회, 던파 유니버스 페스티벌 등 유저친화적 이벤트 등을 개최하며 전년동기대비 국내지역에서 106%의 성장률을 보였다. 서든어택 역시 신규 캐릭터와 무기, 맵 등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추가하며 동기간 국내지역에서 56% 성장했다.
출시하면 무조건 10년...넥슨 데이터분석 대단하네
PC 온라인 올드히트작 뿐만 아니라 올들어 넥슨은 모바일 게임에서도 놀라운 라이브 역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 2016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M이 쟁쟁한 대작을 제치고 매출 순위 상위권으로 치솟은 것. 지난해 넥슨을 먹여살린 V4 또한 올들어서도 여전히 막강한 캐시카우를 창출하고 있다.
이같은 넥슨의 라이브 게임 노하우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서 나온다. 넥슨이 지난 2017년 설립한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 패턴을 철저히 분석한다. 게이머들이 게임 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느 시점에 게임을 떠나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게이머의 마우스 움직임 하나하나를 모두 데이터화해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게 쌓은 데이터는 게임 업데이트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게임을 자주 떠나게 만드는 퀘스트가 있다면, 이 퀘스트를 더 쉽게 완료할 수 있도록 게이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당연히 매출 분석에도 데이터가 활용된다. 각 게이머별로 어떤 아이템을 구매하고, 어떻게 소비하는지 분석해서 최적의 프로모션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PC 온라인게임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이제는 모바일게임에서도 빛을 내고 있다. 넥슨이 최근 선보인 모바일게임들은 매출 순위 톱10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낸다. 'V4'는 여전히 건재하고 '바람의나라: 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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