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행사가 별로 없던 2월이었다. 국내 행사는 완전히 죽었고, 해외도 유독 2월은 한산했다. 장이 좋아 다들 돈을 벌러 갔던 탓일까. 다행히 3월은 행사가 좀 많아 보인다.

이번에는 어떤 행사를 볼까 고민하던 차 유럽에서 좀 잘 나간다는 행사인 '머니넥스트 블록체인 서밋(Moneynext Blockchain Summit)'이 보고 싶어져서 세션을 챙겨 들었다. 이 행사에는 다국적 대기업 연사와 업계의 빅마우스들이 초청됐고 디파이 일색의 행사들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눈에 확 띄었다.

이 중 꽂혔던 주제는 지난달 24일 있었던 '가상자산이 결국 주류로 가고 있나요(ARE CRYPTOCURRENCIES FINALLY GOING MAINSTREAM?)?'라는 주제였다. 올해 투자를 위해 코인시장에 진입한 코린이가 너무나 많고, 코린이들에게 확신이 없을 중요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 살펴봤다.


생각보다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행사

이 행사의 연사자는 상당히 화려하다. 1월에 보고서를 내고 전세계에 보도된 알케인 크립토(노르웨이 소재 크립토 리서치 기업) 에바 로렌스, 가상자산 결제 도입으로 화제가 됐던 마스터카드의 부사장 패트릭 오도넬, 독일 코인베이스 운영 헤드를 맡고 있는 잔-올리버 셀, 그리고 미국 비트스탬프 글로벌 비즈니스디벨롭먼트(BD)인 크리스 아루리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정도면 인사이트가 끝장날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각자의 답변 시간이 매우 간결해 다소 '뻔한 말' 위주로 행사가 이뤄진 점이 아쉬웠다. 조금 더 예시가 많고, 자신만의 '엣지'가 나타나는 그런 답변이면 좋았으련만. 또 각자가 큰 회사를 대표해서인지 서로 생각의 동조화가 크다는 점도 좀 아쉬웠다. 약간 색다른 생각을 하는 통통 튀는 패널이 있을 때 행사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매스어돕션, 왜 아직인가

첫 질문부터 이 시장에 투자를 하러 온 사람들은 싫어할 만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무려 '매스어돕션이 있으려면 변동성이 적어져야' 한단다. 에바, 패트릭, 크리스가 모두 동의한 말이다. 근데 이 정도 연사자들이 투기적 가치를 우선 옹호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은 거래소 운영자도 있고 한데, 그럼에도 높은 변동성으로 인한 투기적 가치보다는 매스어돕션이 더 주류로 가는 시장을 열어 주기 때문에 지지하는 분위기다. '크립토커런시가 미래다!'를 이루려면 향후 우리의 투기는 점점 내려놔야 될 것 같다.

매스어돕션에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다른 요소들은 대중 진입을 위한 사용자 경험 개선, 그리고 명확한 방향의 규제였다.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까지 규제에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다른 연사자와 달리 패트릭은 가상자산을 넘어 디지털화폐 관점에서 비트코인, 알트코인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까지 망라한 영역을 살피고 있음을 언급했다. 지불 결제를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만큼, 다른 연사자보다도 특히 안정적 가격, 변동성의 제한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스어돕션을 위해서 필요한 규제의 방향

그럼 이 매스어돕션에 꼭 필요하다는 업계를 위한 규제(우리나라로 치면 업권법에 해당) 방향성을 연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여기서도 코인베이스의 잔은 굉장히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놨다. '사용자 보호와 혁신의 활성화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규제'란다. 어떤 규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말인 듯 하다.

에바는 유럽의 규제에 대한 첨언을 했다. 유럽에는 미카(MiCA, The European Commission's Regulation of Markets in Crypto-asset)라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혁신하면서, 유럽연합(EU) 전역에서 각국에 라이선스를 진행하는 부담을 더는 패스포팅(특정 유럽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이 유럽 전역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는 비트스탬프 운영자인 만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헤스터 피어스 위원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SEC인 만큼 기본적으로는 주변 환경상 규제 허들이 많음을 이야기하면서도, 현재 상존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가상자산이 새로운 툴을 제공한다는 점을 짚었다. 규제 당국이 이러한 입장을 취한다면, 앞으로 규제 방향에 더 첨언할 것이 없는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한다. 올해부터는 미국도 제대로 된 제도화에 불을 당기는가 보다.

에바는 트레이더이자,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을 연결하는 리서치사의 인물로서 투자 관점에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요소에 대해서도 답변했는데, 이게 코린이들 기준 가장 꿀팁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가상자산 투자에서 정부의 스탠스, 규제 방향, 대기업의 진입, 개인들의 반응, 디파이와 같은 최신 움직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규제라고 한다. 규제는 이 시장의 이해관계자인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들에게까지 절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것으로 꼽았다.

에바의 중요도 픽과 달리, 필자가 평소 특금법 이야기, 세금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쇠 귀에 경 읽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매우 많다. 국내 투자 시장의 규제에 대한 관심은 막막하다 못해 답이 없는 정도임을 수도 없이 느꼈다. 그래서 규제 칼럼도 다수 써 봤는데 큰 소용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명사의 픽을 믿고 앞으로도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다.


가상자산과 디지털 화폐의 향후 5년

매스어돕션 관점에서, 명사들이 보고 있는 기대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투자 관점 진입이 주된 요소이다. 이미 미국에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의 비트코인 투자 뉴스는 국내 코린이도 다 알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기업 자산에 편입시켜 대차대조표에 올리는 기업이 해외에서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케인 리서치와 같은 회사가 집중하는 시장은 바로 기업 대상 가상자산 담보 대출 시장이다. 이 쪽에 기대가 커서 사업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반면 마스터카드는 비트코인을 회사 투자 자산으로 편입시킨 사례에 속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불 결제 측면에서 가상자산과 CBDC에 관심이 있다. 규제가 어떻게 흘러가냐에 따라 CBDC면 CBDC, 스테이블 코인이면 스테이블 코인,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며 지불 결제의 효용을 올리는 데 집중할 것임을 어필했다.

이때 규제는 국가별로, 사용 목적별로 다르게 흘러갈 것이기에 패트릭의 매우 간결한 답변과 달리 세심한 추적이 필요할 것이다. 그가 예로 든 스웨덴의 경우 현금이 결제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이를 백업할 수단을 조속히 필요로 하는 사정이 있다. 모든 나라가 이렇지는 않다. 이런 나라마다의 사정에 맞게, 우리나라도 우리의 사정에 맞게 갈 것이다.

전반적으로 서양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 빨리 '열린 분위기'로 시장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대차대조표에 언제쯤 코인들이 일상화적으로 들어가게 될까. 그리고 그때가 오면, 우리가 투기적으로 사랑하는 그 변동성은 정말 많이 줄어 있을까. 우리는 조금 느리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걸까. 우리의 5년 후가 궁금하기만 하다.

글=스존(김태린)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스존(김태린) 님은?
30대 회사원이자 약사다. 본업과는 동떨어진 블록체인 행사 정보를 공유하는 방을 운영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2017년 불장에 아버지 추천만 덥석 믿고 이더리움, 일명 파더리움을 풀매수하고나서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18년 야심차게 장투를 시작했던 모든 코인의 가격이 토막나는 시련을 겪었다. 물린 코인 공부할 겸 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밋업에서, 먹는 재미 듣는 재미에 홀라당 빠져 밋업 마니아가 되었다. 2019년 1월부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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