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2020년 여름, 오랜 시간 물밑에서 개발에 매진했던 폴카닷의 상장, 그리고 일명 디파이 '메타'를 타고 부흥한 코스모스의 영역 확장은 상호운용성이라는 키워드를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ERC-20이라 불리는 컨트랙트 표준을 따르는 토큰은 이더리움에서만 왔다갔다하고, KIP-7 표준은 클레이튼에서만 왔다갔다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자산들이 인터체인 위에서 이동한다. 인터체인 위의 서비스, 심지어 인터체인을 사이에 둔 다른 체인의 서비스도 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인터체인의 대표격인 코스모스는 2020년 정말 열심히 일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수많은 개발자가 방대한 기능들을 쌓아올렸고, 2021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하나씩 이들을 펼쳐 놓을 예정이다.

지난달 12일과 13일, 코스모스 생태계에 소속된 많은 이들이 '인터체인 컨버세이션(Interchain Conversations)' 행사에서 지나온 여정과 2021년 계획을 소화가 벅찰 정도로 구구절절하게 풀어 놓았다. 지난해 초 대표가 떠난 후 뒤처져 있는 코인으로 알고 있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행사 이야기를 보고 나면 다시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코스모스 체인의 구성요소


코스모스를 이해하는 데는 너무나 다양한 용어 러쉬가 쏟아지므로, 이를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이야기가 불가능할 것 같다.

코스모스 생태계의 가장 중추에는 텐더민트(Tendermint)라는 소프트웨어가 자리잡고 있다. 코스모스 체인을 돌리는 장비의 3분의 1이 임의의 방식으로 실패하더라도 작동하도록 돼 있는 BFT라는 합의 구조를 가진 블록체인을 구성하며, BFT 체인 중 선도적 위치에 있다.

이 텐더민트에는 또 체인간 자산의 이동을 빠르고 정확하게끔 만들어 주는 텐더민트 코어라는 합의 엔진이 있다. 트랜잭션을 처리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어떠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하더라도 텐더민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ABCI라는 코어와 애플리케이션 사이 상호작용 수단, 즉 인터페이스가 존재한다.

여러 체인이 연결될 네트워크의 중심에 해당하는 코스모스 허브라는 메인넷은 2019년 론칭했다. 이 허브에 SDK라는 모듈화(뱅킹, 거버넌스, 스테이킹 등 기능별로 부품화돼 간단히 조립식 활용 가능)된 구조를 빌트인한 블록체인과 애플리케이션이 연결된다. 추가로 IBC라는 프로토콜이 도입될 예정인데, 이것은 서로 다른 성격의 블록체인 간에도 임의의 메세지를 성공적으로 중계해줄 수 있다.


최대 업그레이드인 '스타게이트' 완료 임박


첫번째 인터체인(Interchain) 사의 '텐더민트 코어 1.0을 향하여'라는 발표에서는 2020년, 2021년 개발 성과와 계획을 키노트 형식으로 다뤘다. 여기서 코스모스의 올 상반기 예정된 가장 큰 업그레이드인 스타게이트가 언급됐다. 텐더민트 코어, SDK 뿐 아니라 클라이언트, 지갑, 파트너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규모의 변화이다.

가장 기대하는 특징은 역시 서로 다른 체인간 연결 및 데이터와 토큰의 실제 교환을 지원할 IBC 1.0의 허브 도입이다. 또 코스모스 SDK 0.40버전과 텐더민트 코어 0.34버전을 포함한다. IBC는 지난 10월, 코어는 지난 11월 코드 릴리즈됐으며 현재 SDK 막바지 작업 중이다. 곧 코드가 완성될 예정이다.

텐더민트 코어 0.34에서는 데이터 직렬화(데이터 구조를 다른 곳으로 보내기 위해서 나중에 재구성할 수 있게 변화시켜 놓는 과정, 참조형 데이터를 외부에 보내거나 받아올 때 씀) 방식이 바뀐다. 자체 고안 방식에서 표준화된 고성능의 프로토콜 버퍼(Protobuf)라는 방식으로 바꾸기 때문에 프론트엔드에서 개발하기 쉽고 성능이 훨씬 좋아진다.

코어의 다른 업그레이드 사항으로는 신규 노드가 체인에 참여하려면 동기화라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을 며칠에서 몇 분으로 200배 빠르게 만드는 상태 동기화(State Sync), IBC 보안성을 보장해 주는 새 라이트 클라이언트(패킷이 IBC 트랜잭션 양쪽에 포함되었는지 확인)와 같은 것들이 포함됐다.

텐더민트에서는 블록이 6~7초마다 빠르게 생성되는 편이라 동기화 효율을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성과다. 또 이제 모든 기능을 갖추게 된 라이트 클라이언트는 합의 전에 악의적 행위를 식별하고 전체 노드에 보고하는 역할을 하므로 악의적 행위 처리 방식 변화가 생긴다.

스타게이트는 올해 출시 예정 자체도 눈에 띄지만, 여기에 기여하는 다수가 참여하는 오픈소스 개발 생태계도 눈에 띈다. 이클루전(Iqlusion) 사를 코디네이터로 하여, Tendermint 사 외에도 아카쉬 네트워크(Akash Network), 피션(Fission), 인포말 시스템즈(Informal Systems), 리젼 네트워크(Regen Network), Interchain과 같은 수많은 팀들이 참여한 결과물이다. 드디어 인터체인으로서 제대로 활약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2020년은 만드는 해, 2021년은 사용하는 해


또 이클루전 사의 다른 키노트 '아톰 2021(Atom 2021)' 발표는 투자자들이 궁금해할 아톰 토큰의 가치 메커니즘을 위한 협업 내용을 발표하했다. 즉 2021년에 중점적으로 개발할 서비스 예고와 같다. 제안된 3가지는 토큰 스왑서비스(AMM), 이더리움의 상호운용, 스테이킹 파생상품이었다.

비 하베스트(B-Harvest) 사는 AMM을 내놓기 위해 개발이 쉽도록 SDK 모듈 중 하나인 유동성 모듈을 만들고 있다. 최근 핫한 MEV(차익 거래 가치가 잠재 수수료를 이길 때, 채굴자에게 더 지불함으로써 채굴자가 가져가는 차익, 너무 크면 채굴자의 시장 악용 개연성이 됨)의 역할 최소화가 그 주안점이다. B-Harvest사는 유동성 풀의 거래를 배치로 묶어서 ‘유니버셜 가격’으로 일괄 거래되게 하는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3년간 알테아(Althea), 페기제이브이(PeggyJV) 등 회사가 연구개발 중인 페기(Peggy)라는 이더리움 상호운용 기술은 다수의 펀딩을 받았다. 기존 IBC 방식이 결제 완결성이 있는 BFT 합의방식 체인과의 상호운용만을 달성한다면 시장의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PoW 방식 이더리움과의 상호운용을 놓치게 되기에 개발 중이다.

아직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중앙 거래소나 수탁형 서비스들이 쉽게 토큰을 래핑해 버리는 세상에서 과연 어떤 길로 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 과제일 것이다.

인터체인 사의 가이아 팀은 SDK 모듈 중 '스테이킹 모듈'을 개선해서 스테이킹을 통해서도 파생 상품을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자 농사, 거래소 스테이킹과 경쟁하려고 한다. 이 또한 모험적인 시도이긴 하다. 그 둘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장담이 쉽게 되지는 않아서다.

2021년에는 분명히 IBC를 통해 다양한 상호운용이 실제로 이뤄지겠지만, 그 위에서 나타날 사용은 당분간은 실험과 베팅의 연속이 될 것이다. 이 시기를 진짜 '토큰 가치' 메커니즘으로 해결해 나가려면 개발 성과도 성과지만, 커뮤니티의 거버넌스가 훌륭해야 한다. 아마 2021년은 코스모스에게 가장 기대되는 해이자, 어쩌면 최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글=스존(김태린)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스존(김태린) 님은?
30대 회사원이자 약사다. 본업과는 동떨어진 블록체인 행사 정보를 공유하는 방을 운영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2017년 불장에 아버지 추천만 덥석 믿고 이더리움, 일명 파더리움을 풀매수하고나서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18년 야심차게 장투를 시작했던 모든 코인의 가격이 토막나는 시련을 겪었다. 물린 코인 공부할 겸 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밋업에서, 먹는 재미 듣는 재미에 홀라당 빠져 밋업 마니아가 되었다. 2019년 1월부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