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영화 '미나리' 속 배우 윤여정
/ 사진 = 영화 '미나리' 속 배우 윤여정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것에 이은 또 한번의 기록이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담은 'K콘텐츠'가 전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영화 뿐 아니라 음악,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K콘텐츠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까지 접수하고 있다.


아카데미 휩쓴 K무비, 빌보드 벽 허문 K팝 

배우 윤여정의 수상은 한국 최초이자 자국어로 연기한 아시아권 배우로서도 처음이다. 낯선 미국으로 건너온 한인 1세대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미나리'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정이삭), 각본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한국 영화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이어 올해도 아카데미에서 유의미한 기록을 세우며 영화 산업의 종주국인 미국까지 사로잡았다. 

영화 뿐만이 아니다. 소위 'K팝'이란 대명사로 불리는 음악 역시 전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블랙핑크는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발매한 싱글 앨범 'Ice Cream'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3위에 오른 바 있다. 주류 음악 시장이지만, 상대적으로 타문화에 대해 높은 장벽을 내세웠던 빌보드의 벽을 한국 가수가 앞서서 허문 셈이다.

한국 음악 산업 역시 글로벌 규모로 커졌다. 지난 2일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는 자회사 BH Odyssey Merger Sub LLC를 통해 미국의 이타카 홀딩스(Ithaca Holdings LLC)를 합병한다고 밝혔다. 이타카 홀딩스는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의 소속사로 미국을 대표하는 엔터사로 손꼽힌다. 앞서 하이브는 세계 3대 음반사 중 하나인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제휴를 맺고, 자사 팬 커뮤니티 플랫폼에 글로벌 아티스트들을 지속적으로 입점시키며 몸집을 불려왔다.

멜론뮤직어워드(MMA) 2020에서 대상 포함 6관왕을 차지한 방탄소년단(BTS) /사진=카카오 제공
멜론뮤직어워드(MMA) 2020에서 대상 포함 6관왕을 차지한 방탄소년단(BTS) /사진=카카오 제공

 


글로벌 OTT 휩쓴 '스위트홈-승리호'

K콘텐츠는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등을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스위트홈'은 4주 만에 세계 2200만 구독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지난 2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승리호'는 전세계 28개국에서 넷플릭스 차트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글로벌 전체 순위로도 1위를 기록하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였다.

흥행의 중심엔 탄탄한 원천 지식재산권(IP) 웹툰이 있다. 스위트홈과 승리호 모두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K웹툰은 훌륭한 원천 IP이자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콘텐츠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 국내 월사용자수(MAU) 1·2위 사업자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카카오 픽코마는 일본 만화 앱 시장 1위를 수성했다. 픽코마에서 한국 웹툰 비중은 1.3% 불과하지만 거래액은 그보다 훨씬 큰 35~40% 이른다. 네이버웹툰 역시 북미지역 성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MAU 7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82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K콘텐츠는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한국의 문화산업까지 견인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방송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 기준 방송프로그램 수출액은 3억6714만달러(약 4093억6110만원)로 전년보다 12.3%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에 따르면, 문화예술저작권은 1억6000만달러(약 1784억원)로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102개 국내 포맷이 전 세계 65개국 204건의 해외 진출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스튜디오드래곤에 제작한 스위트홈 / 사진 = 스튜디오드래곤
네이버웹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스튜디오드래곤에 제작한 스위트홈 / 사진 = 스튜디오드래곤

 


K콘텐츠 글로벌 인기에 몸값 덩달아 '쑥'

전세계인에게 사랑받으며 K콘텐츠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공룡 OTT들은 한국 콘텐츠 제작에 거액을 투자하며 콘텐츠 수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부터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며 주력 콘텐츠 전진기지로 키울 계획을 발표했다. 올 한해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다. 또한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 업무를 전담하는 신규 법인 '넷플릭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2개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프라도 확보했다.

올해 한국 상륙을 예고한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아이치이, HBO맥스 등도 한국 서비스 출시에 앞서 콘텐츠 수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플TV플러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파친코'에 10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다. 지난해 30여편의 한국 콘텐츠 판권을 구매하며 통큰 투자를 했던 아이치이는 올해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지리산' 판권 구매에만 2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며 투자가 이어지는 것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로 인식될 것은 분명하다. 좋은 자원이 풍부해져야 좋은 인프라가 마련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이다. 영화, 음악,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한국 문화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도 지속될 한국 콘텐츠 인기와 지금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공급 체계를 갖추는 노력 또한 이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