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사임 두고 근거 없는 '뒷말' 퍼져
쿠팡 "창업자 사임, 화재와 전혀 관련 없어"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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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평 물류센터 화재 수습이 정신이 없는 쿠팡에 대한 근거없는 '낭설'이 퍼지고 있어 쿠팡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김범석 창업자가 등기이사직 및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한 것 아니냐는 '낭설'이 퍼지고 있는 것.

20일 쿠팡 측은 "김 창업자의 의장직 및 등기이사직 사임은 이미 3주 전에 이뤄졌으며 이번 화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 창업자의 의장직 등 사임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은 발표 시점 때문이다. 쿠팡은 덕평 물류센터 화재 발생 5시간여 뒤인 오전 11시쯤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 책임 회피를 위해 사임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김 창업자가 실제로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시기는 그보다 훨씬 전이다. 실제로 쿠팡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 창업자가 등기임원에서 사임한 날짜는 화재 발생 약 3주 전인 지난 5월 31일이며, 이 사실이 등기부등본에 반영된 날은 6월 14일이다. 화재는 6월 17일 오전에 발생했다.

화재 발생 당일, 쿠팡이 사임 사실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일 오전, 한 경제매체에서 김범석 창업자의 의장직 사임 소식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소방당국의 초진 완료 선언이 나온데다 화재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지자 오전 11시께 김 창업자의 의장직 등 사임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정오를 전후해 불길이 재 확산됐다. 이는 소방당국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는 것이 쿠팡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 여부를 따져보지도 않고 쿠팡에 대한 낭설이 떠돌고 있다. 화재가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내 직책 사퇴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게 적절치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화재 발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급하게 의장직 등에서 사임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내용의 추측성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화재 수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수습 주체인 기업에 관한 사실이 아닌 내용이 유포되면서 수습에 집중해야 할 기업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사퇴에 대한 발표가 원래 예정되지 않았는데, 화재 발생 후 한 언론의 단독 보도 이후 부득이하게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된 것"이라며 "김범석 창업자의 의장직 등 사임은 화재 발생 훨씬 전에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쿠팡은 화재 발생 이후 공식 성명 및 유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다. 지난 18일 김범석 창업자와 강한승 쿠팡 대표가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소방령 빈소에 다녀갔다. 강 대표는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몹시 송구하고 피해를 입은 많은 분께 사과한다"며 "화재 원인 조사는 물론 사고를 수습하는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당국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쿠팡은 또 고 김동식 소방령의 유가족과 덕평물류센터 직원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이날 오전 발표했다. 유족과 협의해 순직 소방관 자녀들을 위한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을 만들고, 덕평물류센터에 근무하던 1700여명의 상시직 직원들이 근무할 수 없는 기간에도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대책 등이 담겼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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