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질타에 꼬리 내린 여가부 "논의 돕겠다"

한국 게이머는 19세 이상만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매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 / 사진=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한국 게이머는 19세 이상만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매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 / 사진=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의 청소년 이용불가 논란에 '갈라파고스' 규제인 셧다운제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0시~6시) PC 온라인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제도다. 이 규제는 지난 2011년 청소년들의 인터넷 과몰입 방지하고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제도 시행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전문가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제가 이미 실리와 명분 모두를 잃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셧다운제는 변하지 않았다

셧다운제라는 표현은 지난 2004년 처음 등장했다. 몇몇 시민단체가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명목으로 셧다운제 도입을 촉구한 것이다. 이듬해인 2005년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이 처음으로 셧다운제 입법을 시도했다. 다만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업계와의 의견 충돌로 입법은 무산됐다.

이후에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셧다운제 입법 시도는 계속 됐고, 결국 2011년 4월 29일 셧다운제 도입을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의회를 통과했다. 같은해 11월 20일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 규모와 전망 /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국내 게임 시장 규모와 전망 /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 10년간 게임은 변화를 거듭해 미래 먹거리로 도약했다. 지난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17조93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9년보다 9.2% 성장한 규모다. 또 보고서는 올해 한국 게임산업 규모를 작년보다 7.4% 상승한 18조2683억원으로 전망했다.

정치권도 게임산업 진흥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해 게임산업 진흥을 지원하기로 했다. 게임 산업이 고성장·일자리 중심의 수출 산업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게임을 이용한 치료제와 메타버스까지 등장하면서 게임은 점점 진화하고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셧다운제는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나쁜 것'으로 취급받던 10년 전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셧다운제,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지난 10년 간 셧다운제의 효용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수면 시간 보장을 위해 마련된 규제임에도 불구하고 셧다운제가 청소년 수면시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연구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게임이용자 패널연구(1차)'에 따르면 생활시간과 게임이용 시간을 비교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과 성인 게임이용자 모두 게임이용 시간과 수면시간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성이 도출되지 않았다. 또 전반적인 행동 유형별 시간의 상관성을 비교한 결과 아동·청소년은 학습시간이, 성인은 업무시간이 수면시간이 줄어드는데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변인으로 제기됐다.

게다가 국회 4차 산업혁명특위가 지난 2019년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셧다운제를 통해 늘어난 청소년 수면 시간은 1분 30초에 그쳤다. 이에 4차 산업혁명특위는 게임분야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특히 청소년 수면권 보호라고 하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데는 일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4차 산업기술을 통해 게임 패턴을 분석, 장시간 접속자를 구분해 기술적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부모 주민등록번호 도용, 외국 게임 이용 등으로 셧다운제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게임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셧다운지 폐지 법안 발의...여가부도 "충분한 논의 돕겠다"

이에 최근 정치권에선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 사진=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블로그 
/ 사진=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블로그 

허 의원은 지난 24일 대정부질문에서 "10년 전 시행된 인터넷 PC게임 강제적 셧다운 제도는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문화의 융성과 그들의 꿈을 위해 인터넷 PC 게임 강제적 셧다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용기 의원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여성가족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여가부는 그동안 의원실에서 수차례 요구했던 국회 토론회도 근거없이 불참 통보하고 피하기만 급급했다"며 "10년동안 수십차례 요구한 국회 토론회에 2018년 단 한차례 응답하고 회피하는 부처는 여가부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여가부도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법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현형법이 있는데 현행법을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2014년과 2016년에 친권자 등이 요청하면 청소년에 대한 셧다운제 적용을 제외하는 일명 '부모선택제'를 정부 입법으로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가부는 게임업계, 이해관계자, 전문가, 관계부처 등이 참여하는 규제챌린지 회의도 7월말 개최해 적극적인 개선책과 함께 청소년 인터넷, 게임 과다 이용 예방을 위한 상담 등 청소년 보호 강화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셧다운제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법안 폐지든 보완이든 충분한 논의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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