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최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 기업공개(IPO) 공모 절차를 본격화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20조 밸류'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주목된다. 카카오뱅크가 여의도 금융권의 견제구를 뚫고 안착한 만큼, 카카오페이의 IPO 흥행 가능성 또한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통해 공모희망가를 기존 6만3000원~9만6000원에서 6만~9만원으로 소폭 조정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결국 상단 기준 6% 가량 낮춘 것.
카카오페이는 이번 공모로 1조200억~1조5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예상 시가총액은 7조8220억~11조7330억원이다.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는 약 12조원 수준이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카카오페이의 강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적정 시가총액을 이전보다 오히려 높였다. 정정신고서에서 카카오페이가 제시한 적정 시총은 17조7968억원으로 1차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적정 시총(16조6192억원)보다 7% 가량 높다. 할인율을 높여 공모가를 낮췄으나, 적정 시총을 높여 밸류에이션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지인 것.
다만 논란이 됐던 페이팔-스퀘어 등은 비교기업에서 제외했다. 내수 사업자인 카카오페이가 글로벌 사업자인 페이팔과 비슷한 밸류를 책정할 경우, 고평가 논란이 나올 것을 우려한 것이다. 새롭게 추가된 비교기업은 미국 AI(인공지능) 핀테크 업체 '업스타트홀딩스'(이하 업스타트)와 브라질 핀테크 기업 '스톤코'다.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핀테크 선두주자다.
무엇보다 막강한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금융권을 무너뜨린 카카오뱅크의 성공사례를 따라가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결제와 송금을 넘어 투자, 보험, 대출, 자산관리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 역시 플랫폼 가치를 띄우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 카카오페이의 플랫폼 거래액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47.3조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결제 서비스 부문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2%, 금융 서비스 부문 거래액은 12배 늘어났다.
일반 청약자 몫을 상당수 잡아놓은 점도 IPO 흥행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최초로 일반 청약자 몫의 공모주 물량 100%를 균등 배정하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기업 철학에 따라 공모주 청약의 높은 장벽을 낮춰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 것. 최소 청약 기준은 20주로, 청약증거금 9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카카오페이의 주주가 될 수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페이팔을 빼고, 피어그룹을 교체했지만 적정시총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며 "성장률 조정(Growth-adjusted) EV/Sales도 변함없이 그대로 사용, 밸류에이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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