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시장에서 P2W(pay to win), 이른바 게임 내 유료결제 요구 행위가 빠르게 사그러들고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핵과금러'가 불리는 소수의 결제형 이용자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대세로 불리는 패키지형 스타일의 무·소과금들이 빠르게 자리하고 있는 탓이다. 정치권의 확률형아이템 규제 분위기와 더불어 국산 콘텐츠의 해외시장 확장도 과금성 약화 기조에 한 몫을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엔씨소프트는 기존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의 비즈니스모델(BM)을 대폭 축소한 신작 MMORPG '리니지W'를 11월 4일 글로벌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리니지의 핵심 BM인 변신과 마법인형의 경우, 리니지W에서는 게임 속 몬스터를 공략해서 도감을 완성하면 재료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말해 돈을 쓰지 않고도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 이와 함께 월정액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앞으로도 과금 부담이 큰 BM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기존 캐시카우인 리니지M-리니지2M의 핵심 BM으로 꼽혔던 아인하사드 시스템도 사라진다. 돈이 없을 경우, 게임 내에서 충분한 플레이로 과금 이용자를 쫒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한 것이다.
앞서 카카오게임즈 역시 지난 29일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캐릭터 스킬 강화에 따른 전투력 상향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그간 스킬 강화 시, 캐릭터 전투력에 반영되지 않았던 수치가 전투력 강화로 이어지게 된 것. 이를 통해 큰 지출없이도 게임 내 대부분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또한 경험치 상향에 쓰이는 일종의 물약인 '미미르의 지혜'를 사용하고 싶을 때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이 진행된다. 이용자가 원할 때 물약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특히 카카오게임즈는 경쟁사들과 달리 이같은 경험치 상향 물약을 하루 2회씩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핵과금러 뿐만 아니라, 무소과금 이용자도 함께 끌고 가겠다는 포석이다.
최근 급격하게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역시, 블록체인을 활용해 돈을 쓰는 게임에서 게임으로 돈을 버는 'Play to Earn' 시대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국내에선 규제가 산적한 만큼, 주로 동남아권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게임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현재 스팀을 비롯, 주요 플랫폼의 일간 접속자만 수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르4 글로벌의 핵심은 '흑철'이다. 흑철은 게임내 가장 중요한 재화로 캐릭터의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다. 위메이드는 흑철을 유틸리티 코인인 '드레이코'로 언제든지 교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불어 드레이코를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가 발행한 '위믹스'로 교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드레이코를 현금화 할 수 있게 했다.
또 이용자들의 핵심 자산인 캐릭터와 아이템을 대체불가능한토큰(NFT)화해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오는 11월 16일 NFT 거래소 X드레이코를 오픈해 NFT화된 미르4 글로벌의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게임업계의 이같은 비즈니스 혁신은 결국 과도한 과금으로는 외연확장이 쉽지 않은 탓이다. 게임으로 억단위의 돈을 쓰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세계 주요 국가 대부분이 패키지형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 역시 이를 방증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말고도 즐길거리가 많아지고 있어, 특정 게임 내 1인당 과금성이 점차 흐려지는 중"이라며 "개인간 아이템거래를 통한 play to earn이 빠르게 각광을 받고 있어 화려한 그래픽과 스토리텔링을 갖춘 국내 게임사가 해당 시장에서 판을 키울 경우,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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