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진=디미닛 제공
애플 /사진=디미닛 제공

애플은 글로벌 제조업체 중에서도 공급망 관리를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스티브 잡스 뒤를 이어 애플 CEO 자리에 앉은 팀 국은 '물류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1998년부터 애플에서 일했던 팀 쿡은 애플에서 물류 전문가로 활약하며 애플의 거대한 공급망을 이용해 재고를 월 단위가 아니라 하루 단위로 관리했고, 엄청난 비용 절감과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개편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 애플에서 최고 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하고,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CEO직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공급망 관리에 철저했던 애플이었기 때문에 전세계 사업을 뒤흔들고 있는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도 선방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와의 공고한 관계를 기반으로 애플은 안정적으로 반도체 칩을 공수할 수 있었습니다. TSMC 또한 퀄컴,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들에게 반도체 생산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다고 통보했지만, 애플에는 3%만 인상했다고 전해졌습니다. TSMC의 전체 위탁 물량 중 애플은 올해 기준 25.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반도체 부족 위기는 애플의 공급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생겨난 미국 발 물류 대란은 애플도 버티지 못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블룸버그는 현지시간 21일 애플의 최신 제품인 아이폰13과 아이패드 미니, 9세대 아이패드, 애플워치7과 맥북프로에 대한 주문까지 11월이나 12월까지 처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4월 애플이 발표한 컴퓨터 아이맥과 맥프로, 맥북에어 등 일부 기기 공급도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애플까지 흔들리게 한 미국의 물류 대란은 중국과 동남아, 한국 등 아시아에서 태평양을 거쳐 들어오는 물동량을 미국 서안 항구에서 소화하지 못하면서 발생했습니다. 물류 대란은 예상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과 레저 등으로 분산됐던 미국인들의 소비가 온라인 쇼핑으로 집중되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 물류 시스템은 소비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다음달 26일로 예정된 블랙프라이데이와 성탄절, 연말 등 수요가 폭증하는 시즌을 앞두고 이러한 위기는 더욱 심해질 전망입니다.

이러한 물류 대란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한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목됩니다. 또 항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항구를 셧다운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백악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LA항과 롱비치항의 24시간 가동을 주문했지만 상황은 딱히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지난 20일 LA항과 롱비치항에 입항 대기중인 화물선이 157척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자신만만한 애플까지 늪으로 빠지게 한 이번 물류대란이 앞으로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자료=미디어뱀부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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