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부지를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결정했다고 24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신규 라인 설립에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70억달러(약 20조원)가 투입되며, 내년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가동될 예정이다.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위기 해소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년 끌어온 대규모 투자 결정 이재용이 매듭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 기간 중 미국 내 17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반년 가까이 공장 부지를 결정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3개월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를 둘러보고 직접 의사결정에 나서면서 대규모 투자에 물꼬를 텄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워싱턴D.C에서 백악관과 의회 핵심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점검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부회장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의 수장들을 직접 만나 첨단 기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하고 굳건한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 /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 /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이 미국 생산시설 확대를 매듭지으면서 삼성전자는 현지 빅테크 기업과 팹리스 등 고객사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TSMC, 인텔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 세계 1위로 도약한다는 게 이 부회장이 내놓은 비전이다.


생산 시설 확충으로 TSMC 추격 나선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7.3%의 점유율로 52.9%를 기록한 1위 TSMC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파운드리 주도권을 두고 경쟁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인텔은 20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2개 신규 공장를 짓고 있으며, TSCM 역시 12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 공급망을 회복하려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으며,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 역시 미국 정책과 호응하며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경쟁사 대비 가장 앞서 내년 상반기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의 3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추진하면서 선단 기술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이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을 줄일수록 저전력·고효율 칩을 만들 수 있어 앞선 공정을 보유하면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현재 5나노 미만 양산 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만 보유하고 있으며, TSMC는 내년 하반기에나 3나노 양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일러시 '파격 인센티브' 효과 누린다

삼성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서는 테일러시는 인구 1만7000명의 소도시로, 미국 제1공장이 있는 오스틴과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기존 사업장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함과 동시에,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앞서 오스틴시와 공장 부지를 저울질하던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짓기로 최종 결정한 데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 인센티브가 있었 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테일러시는 10년간 재산세 92.5%, 이후 10년은 90%, 추가 10년은 85%를 보조금 환급 형태로 감면하겠다는 인센티브 방안을 승인했다. 추가로 테일러시가 있는 윌리엄슨 카운티도 10년간 90%, 그 다음 10년 85%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10억달러(약 1조1900억원) 규모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월 기습적인 한파로 오스틴시의 전력과 용수 중단이 공급돼 약 한 달간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해야 했던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약 4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전자의 신규 테일러 반도체 생산시설은 텍사스 중부 주민들과 가족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텍사스의 특출한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텍사스가 첨단 기술분야의 리더는 물론 역동적인 경제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