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2022년 새해, 40대 젊은 사령탑을 잇따라 내세우며 경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낸다. 양사 모두 세대교체를 통해 '제2창업' 수준의 혁신을 지속하겠다는 것. 무엇보다 양사 모두 서로의 장점을 이식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여 주목된다. 네이버가 카카오의 '속도전 투자'를 벤치마킹한다면, 카카오는 서비스 전문가를 앞세워 네이버처럼 내밀한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수연의 네이버, 공격 투자로 글로벌 확장...임지훈 데자뷔?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 3월,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 대표 내정자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정식 선임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두 사람을 통해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 기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두 사람 모두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법률가 경력을 바탕으로 M&A 등 투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탓이다.
사실 네이버는 그간 스타트업 투자와 별도로 본사 차원의 과감한 분사전략이나, 외부 자본과의 시너지를 지양해왔다. 라인의 글로벌 성공 이후, 이미 비대해진 네이버 생태계의 안정에 방점을 찍고 법률 전문가인 김상헌 대표-한성숙 대표 체제로 지난 10년을 이어왔다. 그러나 저만치 아래에 머물던 카카오가 '30대 투자 전문가' 임지훈 전 대표 선임 이후, 공격적인 팽창으로 선회하며 오늘날 과실을 맛보면서 네이버 또한 전략을 바꾸는 모습이다.
이미 네이버의 '공격 투자'는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외부 투자 금액은 2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왓패드에 6974억원, 이마트·신세계인터내셔널에 총 2500억원,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에 2119억원을 쏟아붓는 등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 소식을 잇따라 알렸다. 지난 2020년, CJ그룹과의 6000억원 규모 '빅딜'을 제외하고 1000억원을 넘는 투자가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행보다.
이들을 앞세워 네이버는 적극적인 투자와 외부자금 유치로 신사업 발굴에 나설 전망이다. 키워드는 '커머스와 콘텐츠'다. 글로벌 진출이 수월한 분야부터 힘을 싣겠다는 의지다. 이미 네이버는 올 3분기 이커머스 플랫폼 '카페24'를 필두로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와 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일본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데마에칸', 일본 1위 리셀(재판매) 플랫폼 '스니커덩크' 등 다양한 글로벌 커머스, 콘텐츠 기업에 지분투자를 집행했다.
더불어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커머스와 콘텐츠 분야에서 새로운 '킬러 서비스'를 속속 키워가겠다는 복안이다. '제페토·크림'이 대표적 사례다. 제페토는 전세계 2억5000만명의 이용자가 즐기는 글로벌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다. 국내 1위 리셀 플랫폼 크림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네이버는 크림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스페인, 태국, 일본 등 전세계 각지의 리셀 플랫폼에 투자해왔다.
'서비스 전문가' 류영준의 카카오, 곳곳에 핀테크 심는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사세를 불려온 카카오는 올해 '사회적 책임 성장'이라는 목표 하에 기존 서비스의 안착에 주력할 전망이다. 네이버가 안정적 성장을 위해 김상헌-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로 지난 10년을 이어온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 여 대표가 카카오의 안정화를 꾀한다면, 류영준 대표 내정자는 한 전 대표의 방식대로 결제 인프라를 뿌리내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류 내정자는 카카오 주력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카카오 초기에 입사해 카카오의 기업 문화와 카카오톡, 커머스, 테크핀 등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톡의 진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매, 결제, 상담에 이르는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고, 카카오톡 채널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상생'의 가치 또한 플랫폼 곳곳에 이식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수수료가 없는 '오픈형 커머스'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모든 유형의 상품을 판매형태와 판매자 규모에 상관없이 전시하고 주문서를 작성 하도록 지원하고, 톡 채널을 통해 판매자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간편결제와 금융인프라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반면 글로벌 진출은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을 공산이 크다. 그를 지원해줄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이미 카카오 전 그룹사의 글로벌 방향키를 재점검하고 있다. 당장 이들은 가상자산 클레이와 보라 등을 유통하며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싱가포르에 세운 블록체인 법인 '크러스트'는 카카오의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글로벌로 확장할 기지가 될 전망이다. 이미 그라운드X의 기틀은 크러스트로 이관됐다. 향후 카카오페이지, 웹툰, 픽코마 등 콘텐츠 플랫폼의 확장 전략 또한 크러스트가 주도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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