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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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투자자들의 심리적 방어선으로 불리는 한화 기준 5000만원선, 해외 거래가 기준 4만달러선이 꾸준히 위협받고 있는 것. 지난 한해 기관투자자들의 급증과 대중화 덕에 빠르게 몸집을 불렸지만, 결국 증시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미국의 유동성 회수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그런데 이더리움을 비롯한 메이저 알트코인 상당수는 비트코인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 시세를 유지 중이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발돋움하며 자산시장에 편입됐다면, 알트코인은 탈중앙금융(디파이)와 돈 버는 게임(P2E, 플레이 투 언),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으로 분화하며 제갈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년전 가격으로 돌아온 비트코인...알트코인 제갈길 간다? 

9일 가상자산 거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거래일대비 0.2% 소폭 반등한 개당 522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성탄절을 기점으로 약 15% 가량 가라앉은 것이다. 작년 1월초 비트코인 가격이 4000만원대 후반에 거래된 것을 상기해보면, 어느덧 1년전 가격으로 돌아온 것이다. 

반면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의 경우, 비트코인 대비 하방 저지선이 두터운 모습이다. 비트코인의 시장점유율을 반추, 알트코인 투자에 활용되던 도미넌스 기법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진 셈. 실제 이날 이더리움의 개당 가격은 380만원대로 1년전과 비교하면 30% 가량 더 올라있다. 

수백조원 규모로 팽창한 이더리움 디파이 시장과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여기에 주요 기관투자자들까지 몰려든 덕에 탄탄한 생태계가 구축, 비트코인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플랫폼으로 입지를 다지고 전세계 개발자가 몰려든 덕에 '포스트 인터넷'으로 완연히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또한 그간 투기의 대상으로 꼽히던 한국산 가상자산, 이른바 '김치코인' 역시 비트코인 패닉셀마다 반토막이 나던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개발진이 발행을 주도한 테라 '루나'의 경우, 지난해 연말과 유사한 개당 8만원대를 유지 중이다. 유통량 기준 시가총액은 어느덧 29조원에 이른다. 발행량 기준으로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과 관계없이, 테라 생태계가 자리를 잡은데다 루나를 기반으로 한 합성자산 등장 등 깊어진 디파이 생태계가 투자 심리 자체를 바꿔놓은 셈이다. 이밖에도 이른바 '야놀자 코인'이라 불리는 밀크파트너스의 '밀크'와 '플레이댑',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등 국내 대표 토종코인 대부분이 비트코인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1년전 가격과 비교하면 수십여배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및 결제 기업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성이 커지고 있고, 가상자산 사업 확대로 이어져 장기 성장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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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화의 역설...1Q 강력해진 규제+美 유동성 회수 주의해야 

사실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시장은 전세계적인 유동성과 규제 마련 등 제도화에 힘입어 대다수 가상자산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비트코인 또한 개당 8000만원을 돌파, 금을 잇는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미국 메이저 자본시장의 가상자산 진입을 비롯, 각국의 제도화 정책에 힘입어 자산시장의 주류 플레이어로 인정을 받았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네이버-카카오,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과 4대 금융지주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팔을 뻗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금으로 포지셔닝하며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상관성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탈중앙화의 특성이 퇴보하고, 기존 자산시장과 커플링을 보이기 시작한 것. 실제 비트코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기술주의 대표주자 나스닥과 같은 흐름을 유지하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달러지수 등과는 디커플링을 보여왔다. 

이때문에 가상자산 투자업계에선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매파로 돌아선 미국의 눈치를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제도권 시장에 진입하며, 기존 자산시장과 밀접성이 커졌다"면서 "앞에선 가상자산을 금지하고, 뒤에선 디지털 위안화에 공을 들이는 중국처럼 각국 모두 큰틀에선 디지털 자산 시장을 인정하겠지만 강성 매파 발언이 잇따를 올 1분기의 경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가상자산 송수신 정보를 확인하는 이른바 '트래블룰' 등 각국 금융당국의 새로운 규제 상황이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는 3월 25일부터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 적용될 트래블룰은 쉽게 말해, 기존 화폐 자산의 이동을 금융당국이 일일이 꿰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전세계 주요국가 대부분이 유사한 규제를 도입할 공산이 크다.

가상자산 거래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국가 대부분 가상자산을 외부로 전송하거나 내부로 허락없이 들여올 수 없도록 빗장을 두텁게 내걸 것"이라며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산업은 올해도 크게 팽창하겠지만, 미국과 중국, 우리나라 등 큰 정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를 리스크로 보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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