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저물고 있다. 2년째 계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켰고, 더 넓어진 비대면 세상에는 대체불가능한코인(NFT)과 메타버스, 웹 3.0 등 새로운 기술 키워드를 세상에 알렸다. 수많은 테크 뉴스 중 테크M 기자들의 뇌리에 남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사건들을 뽑아봤다. <편집자주>
[남도영 기자] 비대면 시대의 꽃 '메타버스'의 발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세계는 전례없는 단절의 시기를 겪었고, 이를 극복한 건 디지털 기술의 '힘'이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비대면 세상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직장에 가지 않고도 업무를 가능하게 해줬으며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모든 일들은 바이러스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뉴노멀'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런 뉴노멀 시대는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로 완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로, 현실과 연결된 또 하나의 가상 세계를 말한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인공지능 시대를 열었듯, 코로나19 대유행은 메타버스라는 기술 키워드를 만방에 알렸다.
비대면 세상의 핵심인 5G, 클라우드, 가상·증강현실(VR·AR), 블록체인 등 IT 신기술은 모두 메타버스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메타버스란 단어가 아직 유행어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로블록스, 제페토 등의 플랫폼은 억대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메타버스가 단순한 신기루가 아님을 증명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사명을 아예 '메타'로 바꿨다.
집에 걸어 놓을 수도 없는 NFT 작품이 수억원에 거래되고, TV에는 스캔들 위험이 없는 '가상 휴먼'이 광고계를 장악해가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세상은 이미 시작됐다. 이 모든 일들을 한 단어로 정의한 메타버스의 열기는 2022년에 더 뜨거워 질 것이다.
[이수호 기자] '회색지대'에서 '양지'로...가상자산거래소 전성시대
'코인' 하면 떠오르는 '비트코인'은 올해 70% 이상 급등해 나스닥, 코스피 등의 주요국 증시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안겨줬다. 여기에 NFT와 디파이, 메타버스 등의 테마를 타고 1년새 수십배 오른 '알트코인'들도 속출했다.
이런 가상자산들을 거래하는 '거래소'는 지난 수년간 합법도, 위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올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이른바 '특금법'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정부 인가를 받아 적법하게 은행계좌를 활용, 거래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게 된 것.
덕분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위상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로 불확실성을 해소하자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 들고 싶어하는 대기업들이 줄을 지어 모여들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가 선진 금융시장을 벤치마킹하며 패스트 팔로우의 역할에 그쳤다면, 가상자산 만큼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가 갖춰진 것이다.
자산이동규칙(트래블룰)을 비롯, 과세 이슈 등 과제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특금법 덕에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서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2년은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선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이소라 선임기자] e스포츠 프랜차이즈 원년, 문제점과 가능성 모두 보여줬다
2021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프랜차이즈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e스포츠가 정식으로 산업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의 프랜차이즈 도전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다.
첫 시작인 만큼 잡음도 눈에 띄었다. 비시즌 동안 선수 영입 전쟁이 과열됐고, 일부 성숙하지 못한 게임단이나 에이전트, 선수들이 SNS를 통해 갈등을 표출하고, 언론 플레이를 시도하는 등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줬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스타인 '원팀맨'을 키우기 보다는 새로운 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머니 게임'에만 집중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샀다.
성과도 있었다. LCK의 시청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해외 시청자 증가폭이 높았다. 글로벌로 LCK의 상품 가치는 충분하다는 방증이다. 또 팀들이 직접 선수를 육성해 '원팀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각종 e스포츠 진흥법들이 발의되면서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경영 기자] 다시 살아난 아현지사의 '악몽'...아찔했던 통신 장애 대란
1시간 동안 'IT 강국' 대한민국이 멈춰섰다. 올해 통신업계를 강타한 사건은 바로 지난 10월 발생한 KT의 전국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 사고였다.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가 터진 이후 3년 만에 다시 통신망이 먹통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 게다가 이번엔 전국 단위였다. 거액의 피해금이 생길 수 있는 증권사 주식 트레이딩 시스템부터 KT망을 활용하는 일반 회사 사업체, 포스기를 활용하는 소상공인들까지 모두 큰 불편을 겪었다.
KT 측은 사고 발생 당시 원인을 '디도스 공격'이라고 설명했지만, 추후 조사 결과 내부 직원의 조작 실수로 인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드러났다. 당초 야간작업(01시~06시)으로 진행됐어야 하는 일이 주간에 이뤄졌고, KT 직원 없이 협력사 직원들끼리 라우팅을 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인재'였다는 얘기다.
사고 이후 KT가 '탈통신'을 핑계로 본업인 통신 서비스 투자 및 망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KT는 지난 2019년 5G 상용화 이후 매년 설비투자비를 대폭 줄이고 있다. 설비투자비를 줄여 실적을 개선하고 돈이 되는 신사업에만 메달린 것이 결국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네트워크는 또 하나의 삶의 터전이 됐다. 인프라가 흔들리면 그 위에 어떤 건물을 지은 들 제대로 살 수 있을 리 없다. KT 통신대란은 다시 한 번 '기본'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성우 기자] 게임 셧다운제 폐지로 이어진 마인크래프트 '청불 사태'
오랜 기간 국내 게임업계의 족쇄였던 '셧다운제'가 폐지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도화선은 외산 게임 '마인크래프트'였다.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이용자는 만 19세 이상만 게임을 구입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PC 온라인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셧다운제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셧다운제를 지기키 위해 청소년의 이용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따로 제공하는 대신, 성인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선 글로벌 정책을 한국이라는 국가 하나 때문에 바꿀 이유가 없었던 것. 이 사건은 마인크래프트를 잃어버린 초등학생들 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갈라파고스 규제'에 대한 분노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이에 정계, 학계, 여야 가릴 것 없이 셧다운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결국 지난 11월 셧다운제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0년간 게임업게를 옥죄온 규제 법안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선 단결된 게이머들의 힘이 셧다운제 폐지에 아주 중요한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인들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를 골자로 한 담긴 이용 국민의힘 의원의 게임법전부개정안이 게이머들의 반발로 철회됐다. 몇몇 대선주자는 게임 유튜버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게이머들의 단결된 힘이 게임업계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기대된다.
[이영아 기자] 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 네이버-카카오 '세대교체'
2021년은 네이버와 카카오,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은 '기회'와 '시련'을 동시에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는 인터넷 기업에게 사상 최대의 실적을 안겨줬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성장에 대한 과실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내부 직원들의 원성 또한 커졌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장 교체를 통한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양대 기업의 새 수장은 공통적으로 '젊은 전문가'로 요약할 수 있다. 안으로는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 정비에 나서면서, 동시에 밖으로는 혁신 속도를 높여 글로벌 시장을 타겟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CEO) 내정자는 1981년생,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는 1978년생으로 두 사람 모두 40대 초반이다. 젊고 국제 감각을 지닌 두 사람의 지휘 하에 네이버의 확장 기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두 사람 모두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법률가 경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등 투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탓이다. 네이버는 적극적인 투자와 외부자금 유치로 글로벌 신사업을 적극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역시 '젊은 리더' 류영준 현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갑작스러운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 경영체제의 한축인 여민수 현 공동대표를 유임시켰다. 광고와 디자인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여 대표와 더불어 카카오페이를 '국민핀테크'로 키워낸 류 대표의 전문성을 앞세워 카카오의 밀도 있는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내년에도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내실있는 성장을 이뤄가면서도, 카카오 공동체(계열사)의 사세 확장을 통해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는 작업이 속속 진행될 전망이다.
[김가은 기자] 역사상 최악의 보안 취약점 '로그4j' 사태
'현대 컴퓨팅 역사상 최악의 취약점'이라는 칭호를 얻은 '로그4j' 취약점 사태가 연말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로그4j는 인터넷 서버 개발에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다. 최근 발견된 취약점을 이용하면 공격자가 관리자 권한을 탈취해 내부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약탈, 악성 프로그램 실행, 자료 삭제 등이 가능하다.
문제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전 세계 대다수의 기업 및 기관이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해당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보안기업 체크포인트는 취약점 발견 다음날부터 악용시도 4만건, 공격시도 127만 2000여건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벨기에 국방부는 지난 20일 로그4j 보안 취약성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일부 국방부 업무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피해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147곳 중 20곳(20%)이 로그4j를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그4j 취약점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최초 발견된 취약점 외에도 새로운 취약점이 계속 발견되고 있으며 해결 및 탐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로그4j 문제가 광범위하고 문제 식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닌 외부 업체가 서버를 구축해준 경우가 많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거라 내다보고 있다.
[허준 편집장] 블록체인 만난 '미르4'의 글로벌 흥행, 게임업계 '대격변'의 시작
지난 2017년 비트코인 급등으로 인해 주목받기 시작했던 블록체인 기술.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들을 그저 투자의 대상이었을 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는 쉽사리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 여름, 드디어 블록체인 기술과 만나 글로벌 흥행을 일궈낸 게임이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위메이드의 '미르4'다. '미르4'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게임을 즐기면서 가상자산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플레이 앤 언(P&E)' 열풍을 일으켰다. 글로벌 동시 접속자 수 13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로 블록체인 업계는 물론 게임업계까지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미증유의 성공'을 일궈낸 미르4는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 접목을 미뤄왔던 수많은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블록체인 게임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컴투스 등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모두 블록체인 게임 시장 진출을 천명했다.
덕분에 지지부진하던 블록체인 게임 심의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나의옷장'을 시작으로 '인피니티스타', '파이브스타즈' 등 여러 게임들이 심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위메이드라는 이름값, 그리고 '미르4'의 대성공은 대중들도 블록체인 게임 심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2022년, 블록체인 게임으로 게임산업은 대격변을 맞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게임 심의 문제도 어떤 형태로든 풀리지 않을까. '미르4'가 쏘아 올린 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작성=테크M 편집국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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