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카카오의 창업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적극적인 리더십을 내세워 전면 쇄신에 나섰다. 콘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조직운영 철학과 업무조율, 경영 효율화를 모색하는 '책임 경영'을 강조한 것. 주주와 직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경청하고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카카오의 성장의 방식을 새롭게 고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카카오 공동체(계열사) 논란을 수습하고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 초기 멤버 등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하고, 독립적 권한을 주며 신속과감한 의사결정을 보장해왔다. 이는 카카오의 빠른 성장을 이끌어왔지만, 계열사의 '각자도생' 부작용과 일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브라이언 리더십의 '성장통'...계열사 잡음 이어져 

카카오 공동체는 최근 1년새 이런저런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골목상권 침해논란을 시작으로 올해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던 류영준 대표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까지 연달아 악재가 이어졌다.  

사실 카카오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집중 질타를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 사태가 촉매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 본사와의 소통은 부재했던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카카오모빌리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업이익을 개선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는 시각이 크다.

더불어 올해 초 차기 CEO로 내정된 류영준 대표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까지 불거졌다.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 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무려 878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이다. 이에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단기 고점이란 인상을 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이런저런 잡음이 이어지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시각이 팽배해졌다. 독립경영 기조가 '각자도생'으로 이어지면서 각 계열사는 수익성 극대화에 매몰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또 의사결정권을 보장하고 개개인의 동기부여를 위해 마련한 '스톡옵션'이 도리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말았다.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왼쪽부터)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왼쪽부터)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캐리커쳐=디미닛

 


확 달라진 브라이언, 사회적 '책임 경영'에 방점

그간 김 의장은 '100인의 CEO(경영인)'를 양성하겠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해왔다. 수직적인 본사와 계열사 관계가 아닌 다양한 창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각 CEO에 일정지분을 보장하고 자율성과 독립 경영권을 부여했다. 이는 창의적이고 민첩한 의사결정으로 신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김 의장 리더십에도 변화가 생긴 모양새다. 성장과 함께 상생을 고민하는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시 시작한 것이다. 본인 스스로 재산의 절반 기부를 약속하고 승계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내부 인사평가 실태 전수조사와 보상체계 개편을 위한 테스크포스(TF) 출범과 더불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김 의장은 달라진 리더십을 내세워 현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는데 사활을 걸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골목상권 논란으로 국민적 신뢰가 추락했고, 최근 스톡옵션 논란으로 인해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모빌리티 사태도 국감과 맞물려 다양한 규제를 촉발한 만큼, 새 정부에서도 카카오에 대한 규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카카오는 최근 기존 공동체컨센서스센터를 '코퍼레이트얼라인먼트센터'로 개편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가 센터장을 맡는다. 현행 '각자도생'식 운영방식을 통제하고 위기를 관리할 조직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적 책임 성장'을 이루겠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결단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전 계열사 대상 임원 주식 매도 규정을 마련했다.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카카오 계열 회사의 임원은 상장 후 1년 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CEO의 경우 매도 제한 기간을 1년이 아닌 2년으로 더욱 엄격하게 제한한다. 임원들의 공동 주식 매도 행위도 금지된다. 또 상장사 임원 주식 매도에 대한 사전 리스크 점검 프로세스를 신설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 의장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며 책임 경영을 약속한 바 있다. 김 의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달라진 브라이언 리더십이 가져올 변화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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