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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시선] 카카오 경영진 '개인 이익'보다 '사회적 책임'부터 챙겨라

[세가지시선] 스톡옵션 내로남불?


/그래픽=디미닛 제작
/그래픽=디미닛 제작

직장인 소셜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국내 굴지의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카카오 직원들의 성토글이 넘실대고 있다. 알렉스(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영어이름)를 끌어내린 것에 대한 자축(?)과 더불어 유연근무제 2.0(사무실 출근 비중이 높은) 철회와 함께 기존 경영진의 전면 물갈이를 촉구하는 글도 속속 엿보인다. 결국 카카오의 창업주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경영방식을 '비토'하는 것.

이들은 대체로 세대간 갈등을 인정하지 않고, 브라이언식 카카오 공동체에 대한 혐오로 가득차 있다. 특정인들이 회사의 과실을 독차지하며, 불공정한 경영을 이어왔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무적 판단 아쉽지만...성과 있는 곳에 과실은 있어야

물론 이들의 주장도 십분 일리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물적분할 형태로 빠르게 덩치를 불리며, 일부 경영진과 성과 우수자에게 배분된 과실은 어느덧 대기업이 된 카카오 구성원들에 크나큰 상처를 안겼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 일부는 직원들에게 시대착오적인 발언과 질타를 일삼았고, 이 역시 사회적 지탄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논란을 촉발한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는 주변 상황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가 카카오페이 소액주주들에게 악재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적분할에 소액주주들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도 타이밍을 잘못 잡은 그의 정무적 판단에 유감을 표한다.

그러나 10년 넘게 카카오에 종사하며, 카카오 생태계의 1등 공신이 된 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성과 있는 자에게 과실을, 성과를 내지 못한 자에게 해고와 질타가 따르는 것은 어찌보면 자본주의 시대 기업운영의 걸맞는 이치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과실을 부여하는 것은 페이스북-구글 등과 경쟁하는 카카오의 상황에 걸맞지 않다. 인재를 확보하고 오랜 시간 잡아두기 위해선 이에 걸맞는 대우와 직원들의 시샘을 불러일으키는 보상은 필수다. 소수에게 주어지는 과실을 '브라이언과 친구들의 돈잔치'로 여겨져선 안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쟁서 살아남으려면...'브라이언 스타일' 필요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연근무제 2.0 역시 카카오 경영진의 책임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재택 대신 사무실 출근을 중심으로 한 근무제 개편(유연근무제 2.0)에 대해 직원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C레벨급 고위 임원이 출근제 개편의 이유로 타사의 사례를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이 오히려 논란으로 이어진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그런데 카카오 경영진 뿐만 아니라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의 창업자들 상당수가 이같은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카카오 또한 여론을 의식, 공식적인 외부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 자제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전면재택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힘을 모으고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선 대면 업무가 필요하고, 최근 2년새 합류한 직원들 중 대부분 카카오의 문화를 제대로 체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몸집을 불린 카카오는 본사와 관계사를 모두 더하면 직원수가 1만명에 달하지만 이들 중 최근 합류한 이들이 상당수다. 카카오의 조직문화를 이식하고 사업부별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해선 대면 업무가 불가피하다. 낯설어진 관계 탓에 아이디어 발굴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2년새 급격하게 덩치를 키운 탓에 부서간 직원들이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이같은 상황은 판교 테크노밸리 내 다른 기업도 무관치 않다. 일부 기업이 전면 재택과 공유오피스를 섞는 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나, 대체로 구성원 숫자가 소수거나, 글로벌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경우가 대다수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무실 출근을 종용하는 경영진과 이를 거부하는 직원들 사례가 속속 확인된다.  

비대면 업무에 익숙해진 MZ 세대는 무엇보다 직장의 관념에서 벗어난 첫 세대다. 그들에게 조직문화를 심고, 치열한 경쟁을 독려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IT 기업은 기술을 통해 효율을 내는, 어찌보면 자본주의에 가장 걸맞는 산업군이다. 미국의 거대 테크기업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한 카카오가 살아남기 위해선 '브라이언 스타일'이 절실하다. 그가 글로벌 퍼스트를 선언하며 옛 동지를 싱가포르에 모은 것 또한, 이번 사례와 같은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도피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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