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신한금융지주가 4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상호 매수해주며 말 그대로 혈맹을 체결했다. 금융 콘텐츠를 앞세워 인터넷 플랫폼 도약을 노리는 KT와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여온 신한지주간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당장의 시장 기대감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양사 합산 8000억원 규모의 목돈이 오가지만, 현재까지 주가는 정중동이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꾸준히 상호 협업을 이어온 만큼, 빠르게 시너지를 도출하겠다는 양사의 의지가 엿보인다. 적어도 금융 데이터 만큼은 기존 빅테크 기업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KT는 약 4375억원(약 2.08%) 규모의 신한지주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동시에 신한은행 또한 일본 NTT도코모가 보유했던 KT 지분을 같은 액수의 규모로 취득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이 보유하는 KT 지분율은 5.48%가 됐다. 서로 사이좋게 지분을 매입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선 것. 민영 기업이지만 양사 모두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 만큼, 큰 노이즈 없이 제휴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방식을 살펴보면 신한지주가 이날 오전 KT 주식을 사들였고, KT는 신한지주 주식 4375억원를 향후 1년간 장내에서 매수할 예정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KT 지분을 NTT도코모로부터 장외블록딜로 취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업계에선 NTT도코모의 지분매도 의사를 확인한 신한은행이 지분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도모코 측에서 일본 자본시장 규제 변화로 인해 타법인의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매년 보고 의무가 생겼고, 엑시트에 대한 니즈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사 모두 지난 1년간 꾸준히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오며 상호 시너지를 꿈꿔왔다는 점에서 빠르게 지분제휴가 성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양사는 지난해 사업제휴를 맺으며 공동사업을 키워왔다. 양사는 지난해 9월, 지난미래금융 디지털전환(DX) 사업 협력을 체결하고 디지털 금융 모델 및 상품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함께 추진 중인 프로젝트만 20여개에 이른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의 AI 상담사, AI 뱅커, 전자문서중개 사업 등을 공동 추진하는 한편, 이번 제휴를 통해 케이뱅크와의 시너지 도모 역시 가능해졌다. 특히 양사는 지분 제휴 과정에서 플랫폼 신사업을 통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밝혔다. 예컨대 KT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금융 인프라를 탑재하거나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중 블록체인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만큼, KT와의 블록체인 공동사업도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NFT 기반의 디지털 자산 발행 및 거래 플랫폼 구축 공동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전자문서 사업도 추진된다.
양사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플랫폼 사업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공동 전략적 투자 펀드(SI펀드)를 조성해 국내외 기술력 있는 벤처에 대한 투자와 컨설팅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 양사의 제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양사 모두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거래일 대비 1% 내외 주가가 하락세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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