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이 경매로 내놓은 국보를 확보하기 위한 탈중앙화자율조직(DAO)이 결성돼 눈길을 끈다. DAO란 프로토콜을 통해 사람의 개입 없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를 말한다. 즉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투명하게 자금을 모아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국보 2점의 경매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간송미술관이 경영난을 이유로 케이옥션에 내놓은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국보 제72호)'와 '금동삼존불감(국보 제 73호)' 등 불상 두점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국보 DAO라는 조직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앞서 간송미술관은 재정적인 압박에 못이겨 금동여래입상(보물 제284호)와 금동보살입상(보물 제285호)를 경매에 올려 국립중앙박물관에 매각했다. 이번 국보 경매 역시 간송미술관 구조조정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중앙화자율조직, 국보 지키기 나선다
국보 DAO 결성 취지문에 따르면 국보 DAO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보를 낙찰 받아 이를 보호할 계획이다. 국보 DAO는 취지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많은 빛나는 문화유산이 잦은 외세의 침략과 약탈에 의해 이름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며 "그나마 남은 문화재마저 대중으로부터의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해, 그 역사적 의미가 두루 공유, 전파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재를 털어 우리 문화재 수호와 연구에 나섰던 간송과 같은 선각자에 의해 그나마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이에 국보 DAO는 간송미술관이 케이옥션을 통해 내놓은 국보 2점의 경매에 참여해 이 문화재를 낙찰받고 이를 통해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발행, 전 국민적 문화재 보호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실물 문화재의 소유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NFT는 디지털 자산 영역에만 머무르고 있는 NFT의 개념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국보 DAO 측의 설명이다.
국보 DAO 측은 이렇게 확보한 문화재는 많은 수의 시민과 커뮤니티의 공유자산으로 보호될 뿐 아니라, 지속적인 대중적 관심사로 확산될 것이고, 커뮤니티와 함께 추진하는 다채로운 온라인 및 오프라인 행사로 연결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 '클레이튼' 위에 스마트 컨트랙트 구축한다
국보 DAO는 경매에서 국보를 낙찰받기 위한 기금을 모집하기 위해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에서 만든 메인넷 '클레이튼(Klaytn)'에서 모금 컨트랙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오직 가상자산 '클레이'로만 기금을 받으며, 모금의 전 과정은 오픈소스에 의해 사전에 확인 가능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진행된다.
만일 낙찰받기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이 모이지 않거나, 낙찰을 받지 못할 경우, 모인 모든 자금의 반환을 쉽고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금에 참여한 금액에 비례해 환불권의 성격을 가진 KIP7 토큰(클레이튼의 ERC20 토큰)인 가상자산 'NTD'를 발행할 예정이다. NTD가 낙찰받는 것에 실패할 경우, 이 토큰을 소각하고 모금에 사용되었던 클레이 코인을 환불받을 수 있다.
만약 성공적으로 NTD가 낙찰을 받아 해당 문화재의 소유권을 확보할 경우, 이것을 기반으로 해당 국보의 NFT가 발행될 예정이다. 이 때 NTD 토큰 보유자는 토큰 보유량에 비례해 NFT를 발행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낙찰받은 문화재의 위탁관리계약은 DAO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NFT 보유자에 대해서는 향후 다양한 멤버쉽 특전과 행사 참여 기회가 보장된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