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카카오톡으로 국내 시장을 평정한 그는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카카오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카카오 시즌2'를 위해 한국을 떠나 글로벌 사업에 매진키로 했다.
김범수가 이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남궁훈 덕분이다. 국내 사업은 한게임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던 남궁훈 카카오 신임대표 내정자에게 맡긴다. 남궁 대표 내정자를 보좌할 김성수-홍은택이라는 또다른 '믿을맨'도 있다. 더이상 이사회 의장을 맡지 않아도 카카오가 순항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이는 일생의 라이벌로 꼽히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도 비슷한 행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역시 이사회 의장은 변대규 휴맥스 회장에게 맡기고 글로벌투자통괄을 맡아 전세계를 대상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안방을 넘어 전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호령하기 위한 또다른 도전에 나선 것이다.
김범수는 '비욘드 코리아' 남궁훈은 '비욘드 모바일'
14일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창업자는 이날 전사 직원 대상 메시지를 통해 카카오의 미래 10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비욘드 코리아'와 '비욘드 모바일'이라며 이러한 미래 비전 하에서 본인은 비욘드 코리아를 위해, 남궁훈 신임 대표 내정자는 비욘드 모바일을 위해 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며 "비욘드 모바일은 연결이라는 맥락으로 발전한 지난 10년이 완결된 지금, 이 시점 이후 새롭게 펼쳐지는 메타버스나 웹 3.0과 같은 사업적 방향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욘드 모바일은 남궁훈 대표가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나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 비욘드 코리아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의 중심을 이동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2000년 한게임 재팬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2017년부터는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를 맡아 한국과 일본 현지를 오가며 사업에 참여해 왔다. 지금의 카카오를 일궈낸 성공 경험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토대로 픽코마 중심의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카카오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카카오 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떠난 카카오 이사회, 차기 의장은 누구?
김범수가 떠난 카카오 이사회는 재편에 돌입한다. 이날 이사회를 연 카카오는 신규 사내이사로 홍은택 카카오 얼라인먼트 센터장을 내정했다. 오는 29일 카카오 정기 주주총회에서 남궁훈 대표이사 내정자와 홍은택 센터장과 김성수 센터장이 모두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
아직 이사회 의장은 결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남궁훈 대표이사 내정자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은 홍은택-김성수 센터장 가운데 한명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아울러 김범수 창업자가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기로 남궁훈 대표이사 내정자는 카카오 미래 10년의 키워드 중 하나인 '비욘드 모바일'에 집중할 예정이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의 여러 사업과 서비스 형태를 글로벌 진출에 용이한 구조로 재구성해 카카오의 국내외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는 "한글 기반의 스마트폰 인구는 5000만명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인구 50억명의 1%에 해당한다"며 "이제 카카오는 1%에서 99%로 나아가야 한다. 카카오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혀 글로벌 확대에 대한 의지를 더했다.
공격적 투자 이뤄질 듯...국내 규제 환경 변화 창업자에게 부담
업계에서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 이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까지 글로벌 시장을 강조함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를 넘어 전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ICT 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수년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고 해외를 돌아다니며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만큼 공격적인 인수합병이나 투자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최근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게임 개발기업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 포털과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있는 것도 창업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도록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창업자는 증인으로 소환돼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거나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책무를 잘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네이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직함을 내려 놓고 해외에서 더 자유롭게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방증"이라며 "이미 국내에서 따라올 기업이 없을 만큼 성장한 만큼, 이제는 무대를 해외로 옮겨서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과 경쟁해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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