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 내정자(왼쪽)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그래픽=디미닛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내정자(왼쪽)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그래픽=디미닛

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14일 나란히 글로벌 공략을 위한 리더십 재편에 나섰다. 네이버는 '글로벌통' 최수연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내세웠고,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가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투자 전문가' CEO·CFO 체제 구축한 네이버

네이버는 14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그린팩토리(본사)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신임 대표 및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1981년생인 최수연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표이사로 내정되기 전까지 글로벌사업지원 부서를 총괄했다. 하버드 로스쿨(LLM) 출신으로, 인수합병(M&A), 자본시장, 기업 지배구조, 회사법 등에서 전문성을 쌓은 '글로벌통'으로 꼽힌다.

이날 주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최 대표는 "네이버는 검색, 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 리더십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인터넷 역사에서도 매우 드문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인터넷 창업세대인 선배 경영진들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파트너십, 기술 리더십 등 글로벌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의 네이버는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 대표는 네이버에 머문 시간이 길지 않은 책임리더급 '젊은피'로 꼽힌다. 이에 최 신임대표가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네이버의 쇄신을 이끌고, 투자 전문성을 살려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출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남선 신임 CFO 역시 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글로벌통 인재인 탓이다. 김 신임 CFO는 네이버 합류 전 글로벌 투자 회사인 라자드와 모건스탠리, 맥쿼리에서 투자·금융 자문 업무 등 국내외 굵직한 M&A 업무를 주도했다. 네이버의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 이마트·신세계와의 지분 교환 등 빅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총괄(GIO)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총괄(GIO)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캐리커쳐=디미닛

'비욘드 코리아' 카카오 김범수가 주도한다

이날 카카오 역시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인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와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을 위해 글로벌 전략을 재편한다고 밝혔다. '비욘드 코리아'를 목표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고 카카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지휘봉을 잡는다. '비욘드 모바일'의 지휘봉은 남궁훈 신임대표 내정자가 잡는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술 등의 웹3.0과 같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김 창업자는 출발지를 일본으로 꼽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2000년 한게임 재팬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2017년부터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를 맡아 한국과 일본 현지를 오가며 사업에 참여해 왔다. 카카오픽코마가 운영하는 플랫폼 '픽코마'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카카오의 대표 플랫폼으로 발돋움했다. 픽코마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과 높은 이용자 충성도를 바탕으로 사업확장을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이날 전사 직원 대상 메시지에서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며 "글로벌 IT기업들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새로운 항해를 멋지게 펼쳐나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한게임 시절부터, 카톡 초창기, 픽코마까지 계속 두드렸던 시장"이라며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카카오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욘드 모바일'을 중점으로 메타버스 등 새로운 분야와 미지의 영역에 준비하는 남궁훈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의 여러 사업과 서비스의 형태를 글로벌 진출에 용이한 구조로 재 구성해 카카오의 국내외 성장을 이끈다. 남궁훈 내정자는 "한글 기반의 스마트폰 인구는 5000만명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인구 50억명의 1%에 해당한다"며 "이제 카카오는 1%에서 99%로 나아가야 한다. 카카오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혀 글로벌 확대에 대한 의지를 더했다. 카카오 이사회 개편은 3월 29일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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