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잔=한샘
사잔=한샘

올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로 최대주주가 바뀐 한샘이 '리빙 테크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해 이목이 쏠린다. 고점 대비 반토막난 기업가치를 되살리고 새로운 성장도모를 위해 '리빙테크'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4년내 목표매출은 연간 4조원 규모다. 증권가에선 단순 매출 성장세보다 한샘에 쌓여있는 데이터 가치를 주목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 15일, 애널리스트 데이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 후 회사의 성장 전략 등 향후 경영 계획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난 만큼, 한샘 경영진은 기업가치 회복을 위해 올해 디지털에 사활을 걸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이날 한샘은▲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공 프로세스 혁신 ▲End-to-End 고객 경험 혁신 ▲운영 효율 극대화 ▲적극적인 신사업 기회 모색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는 기존 한샘이 겨냥하고 있는 홈퍼니싱, 홈리모델링 시장의 성장(연평균성장률 +7% 제시)과 M/S 확대, 이를 위한 B2C 경쟁력 강화와 확장을 위한 세부 계획이 포함됐다. 

특히 한샘은 CX(고객경험) 혁신본부 신설 등을 통한 고객 경험의 가치를 키우고 정보 탐색, Self simulation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 영역의 확대를 천명했다. 또한 홈리모델링 전 과정에 IT를 활용한 유기적 연결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전략은 결국 MZ 세대와 디지털로 귀결된다. 사실 한샘은 국내 1위 가구업체로 수십년을 집권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리빙 데이터를 확보했다. 전국에 흩어진 영업점을 통해 위탁 운영방식을 활용하면서도 주거 데이터를 꾸준히 쌓아왔다. 실제 증권가에선 한샘이 전국의 약 90% 이상의 아파트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영업 시 활용되는 한샘 홈플래너에 고스란히 이식돼 각 아파트의 실측데이터-구조데이터, 그리고 고객이 상담을 한 후 저장되는 상담정보에 활용된다. 현재는 영업에 활용하거나 아파트 구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테리어 시뮬레이션 (평면도 혹은 3D 구현)등에 활용돼왔지만 앞으로는 타 기업과의 제휴 등 스마트홈 분야로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즉 '가구를 파는 업체'가 아닌 '주거 데이터와 공간을 파는 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예를 들어 빅데이터를 갖추면 한샘 직원이 구매자의 집을 방문, 실측을 통해 고객 니즈에 맞게 디자인을 제안하고, 3D 리모델링을 바탕으로 직시공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증강현실(VR) 등 신기술이 활용되지만 기술만 갖춘 IT 기업들과 달리 한샘은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디자인 데이터를 갖고 있다. 여기에 플랫폼 사업자에겐 없는 물류, 시공 능력까지 갖고 있는 유일무이의 사업자로 꼽힌다. 

최근에는 모바일 접근성을 크게 높여 한샘몰 등으로 MZ 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월간 이용자 규모는 약 3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말부터 한샘몰을 통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비롯해 가상으로 가구를 설치해볼 수 있는 3D 리얼뷰어(Real Viewer) 등도 내놨다. 다양한 실제 시공 사례와 공사 후 모습을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VR 모델하우스' 등도 가구업계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한샘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결국 부동산 거래 축소라는 대외적 악재를 뚫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실제 올 1준기 한샘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30% 가량 빠졌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부동산 시장 위축이라는 악재를 만난 탓이다. 이에 올해부터 구체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리빙 시장 전방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전국 오프라인 영업망과 3차원 설계 프로그램 '홈플래너'에 축적된 6만여 건의 시공 데이터를 온라인 플랫폼에 결합하면 상당한 수준의 데이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가구 제조사에서 유통, 시공, 리모델링 등으로 사업모델을 변경하며 성장해 왔다"면서 "앞으로 고객이 직접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 등을 보면 한샘의 최종 진화 버전은 테크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